환율폭등과 금융경색이 국내 배합사료산업의 목을 죄고 있다. 일반 배합사료업체들은 자금부족으로 사료원료곡물 수입에 애간장을 태우고 있고, 배합사료공장을 운영하는 지역축협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로 울상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다가는 배합사료 공급중단 사태마저 발생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지된다.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국내 배합사료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은 생각 이상으로 훨씬 크다. 상상이상이다. 은행권의 자금경색은 배합사료업체들의 사료곡물 확보를 마비시키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수입 유산스’ 기간을 종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면서 배합사료업체들은 사료원료곡물 수입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수입 유산스’는 수입업자의 금융사정을 돕기 위한 수입대금 연지급을 일컫는 것으로, 수입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이 외화로 융자해주는 방식이다. 은행이 수입자금 융자기간을 반으로 줄이다보니, 이를 이용해온 국내 배합사료업체들은 그만큼 자금난이 도래한 것이다. 따라서 배합사료업체들이 직면한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은행에서 자금을 대출하던가 해야 하는데, 은행마저 자금경색에 시달리다보니 확실한 담보가 없으면 대출을 해주지 않아 사료원료곡물 수입신용장 개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일부 배합사료업체의 경우 은행으로부터 신용장 개설규모를 제한해 달라는 요구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 발(發 )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최근의 환율폭등 및 금융경색 사태 파장은 실물경제부문으로 이어지는 상황이고, 배합사료업체들이 가장 먼저 사료곡물 원료 확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의 금융위기 사태가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되길 기대하지만, 앞으로 지속될 경우 2차적인 파장은 배합사료 공급중단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배합사료 공급중단 사태는 국내 축산업의 공멸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국내 배합사료업체의 흑자부도 가능성도 농후하다.

국내 배합사료업체의 수입신용장 개설 불가사태로 사료공급이 중단돼 국내 축산업 전체가 공멸하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
이번 환율폭등과 금융경색 사태는 금융권의 책임이 크다. 그동안 해외에서 단기 저리의 자금을 차입해 국내에서 높은 이자를 받고 대출을 하는 땅 집고 헤엄치기 식 경영을 하다가 외화가 빠져나가니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19일 아무런 조건도 없이 내년 6월말까지 도입하는 신규 및 차환용 대외 외환차입에 대해 총 1000억 달러 범위 내에서 3년간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국내은행 외화표시 채무에 대한 국가보증 동의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은행뿐만 아니라 국내 배합사료업체의 사료원료곡물 수입에도 지원을 해야 한다. 배합사료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은 단순히 배합사료회사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국내 축산업에 닥칠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한국사료협회는 이미 위기상황 타개방안으로 최근 정부에 2조원 규모의 긴급자금 융자지원을 요청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은 다양할 수 있다. 배합사료업체에 사료원료구매자금을 직접 융자지원해주는 방안도 있고,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때처럼 특정 금융기관을 통한 사료원료곡물 수입신용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는 방안도 있다. 특히 정부가 은행에 대해 외화차입 국가보증을 해주기로 한 만큼 해당 은행에 대해 사료원료곡물 수입신용장을 개설을 우선적으로 해주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망설일 시기가 없다.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사료원료곡물 수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배합사료공장을 운영하며 적자경영에 허덕이고 있는 지역축협에 대한 대책방안도 강구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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