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계절을 맞아 닭·오리 사육농가의 철저한 예방방역 활동과 민·관 방역시스템 강화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지난 4월 3일 전북 김제의 산란계농장에서 발병이 확인된 후 전국 19개 시·군·구로 확산되면서 AI가 특정 계절에만 발생하는 가축질병이라는 통념은 깨졌지만, 지금은 계절적으로 AI 바이러스의 해외유입 가능성이 그 어느 시점보다 높다는 점에서 예방방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이달 중순 한강유역에서 철새 폐사사태가 발생하면서 닭·오리 사육농가와 방역당국을 긴장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천만다행으로 철새 폐사원인은 AI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고병원성 AI가 얼마나 큰 손실을 가져오는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닭·오리 사육농가와 방역당국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고병원성 AI 발생을 통해 그 피해를 뼈저리게 체험했다.

다시는 지난 봄철과 같은 고병원성 AI 사태를 겪어서는 안 되지만, 왜 그 같은 사태가 발생했는지는 되돌아보고 이를 교훈으로 삼아 철저한 대비는 해야 한다.

지난 봄철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먼저 방심의 결과다. 기온이 올라가면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의 활동이 약해진다는 기존 통념을 철석같이 믿고 방역활동을 느슨하게 한 결과다.

둘째, 초동방역의 실패로 화근을 키우는 우를 범했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자마자 신속하게 방역벨트를 설치하고 해당 가축을 신속하게 살처분을 해야 했다. 동시에 닭과 오리는 물론 사람과 차량의 이동도 제한해야 했는데 지방자치단체의 느슨한 대응으로 초동방역에 실패, 사상 최대의 사태를 자초하고 말았다.

셋째, 재래가축시장에 대한 무대책은 짧은 기간 내에 고병원성 AI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으로 확산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방역당국과 닭·오리 사육농가들은 지난 봄철 AI 사태가 종식된 후 이 같은 방역실패의 원인에 의견을 같이하고, 다시는 그 같은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다.

고병원성 AI가 왜 발생을 하고, 초동방역에 실패할 경우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다는 점도 수차례 확인했다. 이제는 그동안 천문학적인 경제적 피해를 입으면서 얻은 뼈저린 교훈을 실천에 옮겨야할 시점이다.

때마침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27일 9개 도 16개 시·군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축산단체, 방역관계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AI 방역 가상훈련’을 갖고 발생농장 소독조치, 이동통제초소 운영 및 감염 가금류 매몰 등 현장 훈련을 실시했다. 시의적절한 대응이다.

이번 방역훈련을 계기로 닭·오리 사육농가는 정기적인 축산 안팎 소독과 외부인 및 차량의 농장출입을 제한하는 차단방역을 강화해야 한다. 사실 정기적인 소독과 차단방역은 축산농가가 실천해야할 가장 기본적인 사안이다. 충실한 방역활동 없이 축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안전한 축산물 생산도 불가능해진다. 그런데도 고병원성 AI 예방을 위한 철저한 방역을 강조하고, 방역당국이 가상훈련까지 하는 것은 그만큼 축산농가의 방역활동이 느슨하기 때문이다. 닭·오리 사육농가는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킨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정기적인 소독과 차단방역에 나서야 한다.

지자체와 방역당국은 ‘AI 방역 가상훈련’을 통해 재점검 했듯이 언제든 상황별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사전 예찰활동을 강화해 예견되는 사태에 대응하고, 닭·오리 사육농가가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가축질병 방역활동은 닭·오리 사육농가만의 일이 아니다. 소와 돼지를 키우는 농가 역시 항상 경각심을 갖고 철저한 가축질병 예방방역에 나서야 한다. 특히 축산농가의 철저한 가축질병 예방활동은 농장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