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우산업이 심상치 않다.

광우병 파동으로 쇠고기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 바로 육우산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육우는 미산 쇠고기가 국내에 다시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가파르게 하락, 한우보다 4배 이상 가격이 추락했다.

여기에다 산업자체에 대한 기대심리가 사라지면서 육우농가들이 송아지 입식 자체를 자제하면서 송아지 가격은 5만원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가격하락에 따른 농가들의 어려움은 차지하고라도 이대로 계속된다면 산업 자체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 소비 급감...가격 폭락

미산쇠고기 협상 타결이후 연이은 촛불시위와 미산쇠고기의 본격 유통 등으로 국내 쇠고기 시장은 출렁거렸다.

특히 원산지를 속여 파는 외식업체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원산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심으로 쇠고기 소비자체가 꽁꽁 얼어붙게 된 것이다.

이같은 소비위축은 한우는 물론 육우 가격 폭락과 투매 현상을 일으키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

다행히 한우의 경우는 시장 상황이 예전 같진 않더라도 고정적인 수요가 꾸준히 있는 만큼 시장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지만 육우의 경우는 다르다.

더욱이 육우는 미산 쇠고기와 대체 관계에 있어 미산 쇠고기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육우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축산물등급판정소에 따르면 지난 3월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 한우 경락가격은 약 4.4%하락한 것에 비해 육우 경락가격은 같은 기간 21.1%하락, 한우보다 무려 5배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산업의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바닥을 쳤고 송아지 가격의 경우는 같은 시기 한우 암송아지 가격이 28% 떨어진 것에 비해 젖소 암소는 77.6%, 수송아지의 경우는 한우가 26.7%, 육우가 74.9% 하락했다.

이번 달 들면서 사정은 더욱 나빠져 젖소 송아지 가격이 80%이상 하락하면서 5만원을 밑도는 가격으로 시장에 내놔도 거래자체가 되지 않는 등 육우산업은 악화일로의 상황을 겪고 있는 것.

이같은 사태는 육우 산업 자체에 치명타를 미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국내 쇠고기 시장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육우 한 마리당 100만원 적자, 한우농가로 전향하는 농가도 늘어

통계상으로는 육우 경락가격이 20%정도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 이번 달 육우가격은 지육 kg당 6000원 선까지 떨어지면서 최대의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현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육우가격은 마리당 240~250만원선으로 생산비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육우의 경우 조사료나 볏짚보다는 배합사료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마리당 약 350만원정도의 생산비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현 시세로 유지되거나 더욱 하락한다면 100만원 이상의 적자를 보게 되는 것이다.

강병권 한국낙농육우협회 이사는 “10월 들면서 상황은 점점 악화돼 육우 경락가격은 30~40%정도 하락한 상황으로 만약 장기화된다면 육우 입식 자체를 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현재 출하를 하고 있지만 적자폭이 워낙 커 어려움이 많으며 육우 농가들 중에 한우농가로 전향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의 특성상 육우와 한우를 섞어서 사육하는 농가들이 많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잡을 수는 없지만 사료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현장에서는 생산비가 많이 들고 수요가 많지 않은 육우보다는 한우 입식을 늘리는 농가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육우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입식의지자체를 상실, 육우입식율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의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육우보다 한우가격이 좋기 때문에 전향하는 농가들이 많지만 내년이면 한우가 최고두수에 다다르기 때문에 산업적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대로 육우산업을 수수방관한다면 육우산업 자체가 붕괴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국내 쇠고기 생산량의 20% 담당하고 있는 육우산업

한우와 육우는 국내산 쇠고기라는 공톰점을 가지고 있지만 태생과 가격까지 판이한 것이 사실이다. 정확히 말하면 한우고기는 한우에서 생산된 고기고 육우고기는 육용종, 교잡종, 젖소수소, 송아지를 낳은 경험이 없는 젖소 암소에서 생산된 고기다.

그 중에도 현재 국내산육우는 대부분이 한우와 같이 비육목적으로 전문적으로 사육된 젖소 수소를 지칭, 즉 젖을 짜다가 수명이 다하거나 불가피하게 도축된 착유우에서 생산된 젖소고기와는 목적부터 다른 소이다. 즉 고깃소를 목적으로 탄생부터 고기용으로 사육된 것이다.

낙농산업의 부산물 정도로 인식되는 것과 달리 그 산업규모도 거대해 지난 6월 통계청의 가축통계에 따르면 5800농가가 17만 2000마리의 육우를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국내 쇠고기 생산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국내 쇠고기 시장의 거대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품질도 매우 향상되고 있어 지난해에는 거세기준으로 2등급 이상 출연율이 51.3%에 달하고 있고 농가들의 인식도 매우 높아져 거세율 또한 83%에 이르고 있다.

한우고기의 비싼 가격에 쇠고기를 접하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싼 가격에 국내산 쇠고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시장을 형성, 국내 쇠고기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희윤 한국낙농육우협회 대리는 “육우산업은 소비자에게 국내산 쇠고기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필수산업이며 낙농산업이 존재하는 한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육우산업의 침체가 당장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낙농가에게도 큰 타격을 줘 산업의 연쇄붕괴를 부추기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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