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위축과 유통 채널의 다변화로 설 대목장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도매시장.

가락시장의 경우 기존 열흘이상 단 대목이 형성됐지만 올해는 불과 3일에 그쳤고 청과 도매법인의 매출도 평년의 80%수준을 밑돌았다.

특히 과일 선물세트의 경우 분산이 따라주지 못해 가락시장은 설을 3~4일 남겨두고 마치 거대한 과일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이처럼 도매시장이 타 유통채널과 달리 저조한 매출을 나타낸 데는 무엇보다 소비지 유통에 적응력이 현저하게 떨어져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된다는 잇따른 예고에 맞서 향후 도매시장의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 도매시장 상품 개발 ‘필수’
“올 설 대목장에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한 과일은 한라봉이었다. 단순 벌크 판매위주의 사과·배와 달리 한라봉이 섞인 혼합과일 세트는 판매량이 증가했다.”
가락시장 한 중도매인은 핵가족 시대를 맞아 선물세트도 점차 다품목·소량 구조형태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소비지 시장을 공략키 위해 도매시장에서의 상품 개발과 소 포장은 점차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희 서울청과 과일팀장도 “대형유통업체와 거래하는 중도매인들을 중심으로 소포장 판매 비중이 늘고 있다”며 “공간 및 시간 여건을 고려해 시장 안에서 보다는 시장 밖 개인 창고에서 포장, 선별, 가공 작업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도매법인은 명절 성수품 선물세트를 위해 차별화된 상품을 산지에 주문하고 있다. 상품의 규격화는 APC(산지유통센터)와 연합판매 위주의 유통으로 인해 다소 이뤄진 반면 차별성은 점차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도매시장에서 특품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영신 중앙청과 영업본부장은 “산지 직거래가 가속화될수록 도매유통시스템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우수 농가의 차별화 된 상품 개발에 도매법인이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 타 유통 채널과의 경쟁력 확보
정부의 유통정책 방향이 직거래 위주로 확대되면서 도매유통은 점차 위축되고 있다.

이는 이번 설을 통해 확연히 드러났고 이에 따라 도매시장도 외부 채널의 성장에 발맞춰 소비 지향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김동환 안양대 교수는 “소비의 양극화는 이미 4~5년 전부터 이뤄지고 있으나 이에 대비한 도매시장의 대책은 미비한 수준”이라며 “이제 도매시장도 소비지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타 유통 채널과 경쟁체제에 돌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도매시장은 유통비용 절감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소비지에 공급해야 할 것이다.
김윤두 한국유통혁신연구원 박사는 “중도매인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안정적인 분산처를 확보해야 하고 도매법인은 자금력을 통해 산지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하며 “소매상, 차량행상, 재래시장 등 영세하고 다변화된 시장 공략보다는 식품·급식업체 위주의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도매시장 ‘온고지신(溫故知新)’ 정신으로
“인적네트워크, 농산물 식별능력 등 경험이 풍부한 기존 중도매인과 IT, 정보통신력 등이 강한 신세대 중도매인의 조화를 통해 구시대적이고 보수적인 도매시장을 새롭게 재 구성해 나가야 합니다.”

용산시장 상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가락시장도 이제 세대교체라는 시대적 흐름에 놓여있다.

이에 따라 기존 중도매인은 풍부한 경험을 살려 다음 세대 중도매인에게 전수해야 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중도매인은 현 시대의 소비자 기호를 파악해 전략적인 마케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김동환 교수는 “소비자의 농산물 구매 패턴이 상품의 넓이와 깊이 등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요구하고 있고 편의성을 중시하고 있다”며 “도매시장도 판매방식을 다양화하고 친환경농산물 전문 중도매인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 트랜드에 맞춰 중도매인도 오픈마켓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인터넷 판매 강화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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