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성 작목으로 대표되는 대파가격이 지난해 4월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전남 진도, 신안 등 월동 대파가 출하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대파 도매가격은 상품 1kg 기준 700원을 밑돌고 있어 출하자들은 작업을 포기한 채 시세 반등만 노리고 있다.

실제로 가락시장 대파 도매가격은 이달 들어 상품 1kg에 600원 내외로 지난해 동기 반토막 시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포전거래 비율이 80% 이상 차지하는 배추, 무, 양배추 등도 도매가격이 크게 하락해 출하를 포기하고 저장에 들어간 생산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대파, 무, 배추 등의 투기성 작목은 공영도매시장 도매법인의 산지 수집 활동 기피로 인해 포전거래 형성이 두드러지면서 산지유통인에 의한 출하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시세가 하락할 경우 산지유통인의 포전매매도 이뤄지지 않아 생산농가의 피해는 해가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품목별 전문 유통회사 설립을 통해 산지를 관리하고 재고량을 파악해 생산농가에 최대 생산비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한 반면 농산물 유통은 이론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실효성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대파를 중심으로 품목별 전문 유통회사 설립을 구상하는 제일영농조합법인과 이를 바라보는 도매시장 유통인의 의견을 살펴봤다.

# 전문유통회사를 통한 ‘최대 생산비 보장’

대파 계통출하, 직접출하, 포전거래 등 크게 3가지 방식으로 출하되고 있으며 특히 포전거래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같이 포전거래 비중이 높은 데는 지역별, 시기별 출하시가가 다르고 단일상품으로 짧게는 2개월 길게는 4개월간 출하되고 있기 때문에 단위지역에서 전문 유통법인을 세우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제일영농조합법인은 전국 단위의 품목별 유통회사를 설립해 생산자를 보호하고 안정적 생산기반 확보 및 규모화를 통해 소비지 가격결정권을 확보하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자는 최저 생산비를 보장받고 유통 불안성을 해소하는 동시에 판매회사는 안정적인 물량확보와 양질의 품목 관리, 규모의 경제 구현, 연중공급 체제 구축 등을 실현할 수 있다는게 제일영농조합법인의 설명이다.

정홍진 제일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착한가격이라는 사업모토를 통해 가격 예측성을 강화해 최대·최저 가격을 보장하고 농산물 유통 수익의 재분배를 통해 가격의 합리성을 찾겠다”며 “잉여수익금은 주식 배당을 통해 농가에 이익을 재분배함으로써 투기를 막고 안정적 생산가격을 맞춰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농산물 유통 현실과 괴리 ‘실현 희박’

이 같은 품목별 전문 판매회사 설립에 대해 도매시장 유통인들은 농산물 유통 현실과 괴리가 있어 실효성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기상변화, 수입 농산물 증가, 경기 위축에 따른 소비 감소는 가격하락으로 직결된다며 상황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구상이라고 밝혔다.

이광형 전국농산물산지유통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은 이론과 다르다”며 “변수를 생각지 못한 사업 구상은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품목 농협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여건에서 품목별 전문 유통회사를 통한 농산물 유통은 농가 손실만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상용 대아청과 기획실장도 “대규모 자금력을 갖춘 기업도 전국 단위의 농가를 관리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며 “특정품목 한가지로 생산의 균형을 맞추고 농가에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기에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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