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부터 강수량 부족에 따른 가뭄 발생으로 영동지방에서는 식수난을 겪고 있다. 가뭄이 영농기까지 계속될 경우 물 부족으로 영농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발생한 물 부족과 이에 따른 유역간·지자체간 물 분쟁이 발생되고 있고,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17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물기본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일부 언론을 통해 농어촌공사, 수자원공사와 같은 물 관리 전문기관이 역할을 다했고 심지어 수리권(水利權-물에 대한 권리)을 지자체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을 보고 심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 관리의 기본은 바로 유역관리이다. 홍수통제소, 유역환경관리청이 유역별로 설치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것을 지자체로 넘긴다고 하면 지금보다 더 큰 물 분쟁이 발생할 것이다.

더욱이 지자체는 지방 상·하수도를 관리한 경험 외에는 체계적인 물 관리를 할 수 있는 인프라와 기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에 반해 물 관리 전문기관은 그동안 많은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전문적인 기술, 경험, 인력을 축적하고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실례로 우리나라 수자원 이용량의 47%에 달하는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는 1908년부터 100년 동안 물 관리를 통해 오랜 경험과 기술(노하우), 5000여 명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고, 생·공업용수와 달리 이용자(농업인)에게 물 값을 받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로 수리권만 준다고 해서 과연 지자체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물 관리를 할 수 있을는지, 열악한 지방재정에서 양질의 물관리가 가능할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약은 약사에서,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이 있듯이 ‘물 관리는 물 관리 전문기관에게 맡겨야’ 제대로 된 물 관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엄창진 전 한국농어촌공사 유지관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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