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여자로 태어나 우리 전통음식을 만들어 세계인들을 미소를 짓게 하고 싶습니다.”

평생을 우리 전통음식의 대중화, 세계화에 앞장서 온 윤숙자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62세).

예순을 넘긴 나이임에도 단아한 한복 차림의 세월이 빗겨간 듯한 모습을 간직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윤 소장은 “우리 땅에서 나는 내 몸에 맞는 음식을 먹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윤 소장은 “우리 음식은 예로부터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해 음식섭취가 약의 효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기본정신”이라며 “내 몸에 맞는 음식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면 건강을 다스릴 수 없고, 병이 나면 우선 음식으로 다스리고 나중에 약을 쓰라고 했다”고 운을 뗐다.

황해도 개성 출신인 윤 소장이 전통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4남매의 막대로 자란 윤 소장은 어머니 곁에서 자연스럽게 전통음식을 배웠다. 이런 이유로 윤 소장은 어릴적 어머니에 대한 모습을 ‘요술쟁이’로 표현한다.

이후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윤 소장은 배화여자대학 전통조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3~4년 전쯤 교수직을 그만두고 사재를 털어 설립한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후진 양성과 전통음식을 복원하고 전파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 소장은 “우리 토양과 기후에서 자란 재료로 만들어진 우리 음식은 몸에도 좋고 약이 되는 게 많은데 일반인들은 이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연구소 활동에 전력하게 됐다”며 배경을 밝혔다.

그는 특히 정작 특급호텔마다 중식당과 양식당이 있어 만만치 않은 가격대에 손님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한식당은 찾아 볼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 같은 한식의 쇠퇴에 대해 윤 소장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식의 명맥이 유지 됐으나 생활이 바빠지고, 우리 것이 소중하다는 마음이 약화되고 우리 맛과 다른 서양 음식에 대한 동경이 커지면서 우리 음식에 대한 대접을 소홀히 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식에 대한 소홀함은 자연스레 한식 조리사에 대한 대우로 이어지다보니 지금에 와선 한식을 제대로 배울 곳, 가르쳐 줄 사람 하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이유로 현재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는 향토음식, 사찰음식, 궁중음식, 시절음식에서부터 전통주와 김치, 장 담그는 법까지 우리 전통 음식이라 칭할 수 있는 분야는 총 망라해 교육하고 있다.

교육생도 어린 아이부터 대학교수, 대학생, 영양사, 농촌지도사 등 연령이나 신분에 구분 없이 우리 음식을 배우려 전국에서 올려온 사람들로 빼곡하다.

윤 소장은 평생을 전통음식과 함께하면서 가장 뜻 깊었던 일로 2007년 7월 미국 뉴욕 UN 본부에서 ‘한국음식축제’를 총괄 진행했던 일과 그해 10월 남북정상회담 때 인민궁전에서 답례만찬을 맡았던 일을 꼽았다.

NU 본부에서 ‘고궁으로의 초대’라는 타이틀로 열린 한국음식축제는 각국의 외교사절에게 우리 한식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 남북정상회담 답례만찬은 개성에서 태어난 윤 소장으로서는 남북의 조리사들이 하나가 돼 음식을 통해 민족이 하나임을 느꼈던 기회였기 때문이다.

한편 한식세계화의 전도사로 국내외를 돌며 우리 음식과 문화를 알리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윤 소장은 “전통음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음식은 먹는 이를 기쁘게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윤 소장에게 우수한 한식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선 음식 맛의 현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윤 소장은 “자장면이 중국에서 들어왔지만 한국식으로 변했을 때 성공했던 것처럼 그들의 입맛에 맞추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한식에 대한 근본적인 조리방식은 정립하되 이를 기반으로 재료, 효능, 맛을 현대인·세계인에게 맞는 멋진 한국음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윤 소장이 최근 가장 노력하고 있는 분야가 한식에 대한 표준조리법을 정립하고 이를 책자로 발간해 전파 하는 일이다. 대표적인 책자가 5개 국어로 된 ‘아름다운 한국음식100선·300선’과 2년 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과 공동으로 추진한 ‘국외 한식당 문화적 고품격화 사업’의 결과물인 ‘국가별 20대 한식메뉴’다.

윤 소장은 “한국에서 1년가량 지낸 외국인 부부가 요리책을 보고 나름대로 갈비를 했는데 갈비탕이 됐다”는 예를 들며 “한식이라는 게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어머니에서 딸로 이어지면서 ‘적당히’, ‘한소끔’ 등의 표현으로 조리되다보니 계량화·표준화가 안돼 있어 대중화·세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한식세계화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한식에 대한 체계적이고 계량화된 조리법 정립과 이를 토대로 현지인이 좋아하는 식재료와 맛을 조사해 현지인에 입맛에 맞는 요리가 개발돼야 한다는 게 윤 소장의 견해다.

윤 소장은 마지막으로 “한식세계화를 위해선 한식 조리사를 양성해 해외 공관에 파견하는 동시에 우리 음식을 외국 현지인들이 직접 맛을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해외 전시·체험행사를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며 “개인의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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