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지친 몸을 보양하는 보신의 계절이 왔다. 오래전 나는 결혼식 주례를 부탁드리기 위해 대학 은사님과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인생에 첫 출발을 부탁하는 중요한 자리라 초라한 곳에 갈수 없어 고급음식점인 남산장어 집으로 향했다

그날 맛있는 장어요리를 들며 교수님은 아내 될 사람과 나에게 결혼의 의미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하지만 즐거운 저녁식사가 끝나갈 무렵 나는 계산비용에 놀랐고 그 당시 신용카드도 없던 나는 자존심을 버리고 아내 될 사람에게 구조를 요청했었다.

장어에 대한 남다른 추억을 갖고 있던 나는 2001년도 농림수산부의 ''세계 명품개발'' 용역 공모를 통해 ''장어불고기 인스턴트식품'' 개발 과제를 수행하게 되었다. 장어는 값비싸고 영양성분의 결정체라는 선입견이 있어 명품이라는 용어가 어울렸고, 특히 일본인이 좋아하니 수출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인삼 및 송이버섯 소스를 곁들인 가공제품을 개발하여 기술이전과 수출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전개됐던 나의 생활 속의 장어, 장어는 어떤 식품보다 고영양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장어의 종류로는 장어, 뱀장어, 붕장어, 갯장어, 먹장어 등이 있고, 일반 백색어종에 비해 비타민 A와 비타민 E 가 매우 풍부하다. 특히 비타민 A는 일반어류 보다 30~100배 이상 함유되어 있는 우수한 식품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장어를 지칭할 때에는 민물장어(Eel, Anguilla japonica, 뱀장어)를 이야기 한다. 민물장어는 회유성 어종으로 민물에서 살다가 짝짓기와 산란을 위해 심해로 이동하고 알은 부화하여 렙토세팔루스(leptocephalus)라 불리는 버들잎 모양의 유생기를 거쳐 실 모양의 어린 실뱀장어로 변태하며 다시 민물로 이동한다.

장어는 완전 양식이 되지 않는다. 아직까지 장어가 어디에서 산란하는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자신이 힘을 주어 산란하기 귀찮아 심해로 내려가 수압에 의해 자연분만을 한다는 설도 있다. 장어는 짝짓기와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나가는 성어를 바다와 연결된 풍천 등지에서 잡으면 자연산으로 매우 비싸게 팔리고, 심해에서 산란된 치어가 민물로 올라오는 것을 붙잡아 민물에서 2년간 키우면 양식장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치어가 오르는 2월~ 5월이면 풍천에서 몇 날 몇 밤을 지새우는 장어양식 종사자들 덕분에 우리는 쉽게 식탁에서 장어요리를 만날 수 있다.

며칠 전 장어 전문점에서 동료들과 민물장어 구이와 소주 한잔을 나누면서 새삼 옛날의 장어 추억이 떠올랐다. 우선, 월급은 27년 전 당시보다 10배 이상으로 높아진 반면 장어가격은 아직도 27년 전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과 품질 좋은 장어요리를 값싸게 즐겨먹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아직 일부에서 양식하는 장어는 좁은 공간에서 양식이 이루어지므로 질병예방을 위한 항생제가 포함된 사료를 사용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매일 주식으로 장어를 먹지 않는 한 그러한 영향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된다. 최근에는 많은 양식장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황토양식 등 친환경 자연양식방법을 활용하여 품질이 우수한 장어생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어 양식기술의 발달로 오늘날 담백하고 보양식인 장어요리를 값싸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장어의 산란과 성장을 이해하면 장어요리를 보다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여름철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장어로 풀어봄도 좋을 것이다.

<양승용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산업기술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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