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농업 일을 처음 해 봤던 때는 아마 초등학교 2학년 때였을 것이다. 경기도 가평군에 거주하시는 먼 친척분의 농가에서 옥수수 껍질 벗기기, 소에게 옥수수 껍질 주기, 그물을 이용하여 고기 잡기 등이었다. 그 땐 너무 어려서 그저 새롭고 재미있었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 대학생으로써 좀 더 성숙한 의식을 가지고 농민들의 수고를 진심으로 이해하기 서울 깅동농협이 주관한 대학생 농업 체험단에 주저하지 않고 신청하게 되었다.

우리 조원(組員)이 서울 강일동 어느 농장으로 가서 했던 일들은 대체로 원예농업에 대한 것이었다. 국화꽃을 손질하거나 잡초를 손으로 뿌리 째 뽑는 일 등을 도왔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했는데, 아침에는 선선한 날씨였지만, 낮이 되면서 점점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었다. 수건을 얼굴에 뒤집어쓰고, 땀으로 얼굴에 로션을 발라가면서 도왔다. 나는 손목시계도 안차고 핸드폰도 가방 놓는 곳에 같이 두고 왔다. 평소엔 핸드폰이 잠시라도 곁에 없으면 불안한 나이지만, 웬일로 이번 5일 동안은 핸드폰이 그리 신경이 쓰이지 않아 가끔은 농촌사람이 다 된 느낌도 들었다. 비닐하우스 안은 도심과 함께 휴대폰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5일 동안 우리가 주로 일했던 비닐하우스 안은 일터가 아닌,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심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나만의 쉼터가 되어 준 듯하다.

고작 5일 동안의 농업체험이지만, 농장 분들은 매일을 이렇게 규칙적이고 열심히 일을 하신다는 사실에 정말 부지런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다 부지런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 분들 또한 존경스러웠다. 동시에, 평소에 이 시간이면 한참을 자고 있었을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규칙적이고 부지런한 생활로 농장에서 약 100가지 농작물을 관리하시는 이 분들처럼, 나는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나의 내면을 가꾸고, 키워가고 있나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해주기도 했다.

계속 허리 굽히고 쪼그려 앉아서 일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도 처음 알았다. 이렇게 몸으로 노동하는 일이 대부분인 농촌 일을 나이 드신 분 들 보다는 힘이 넘치는 젊은이들이 많이 도왔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다.

농장 사장님이 우리가 손질하고 있는 국화 화분의 값이 한 개에 만원씩이라고 하실 때, 예전 같았으면 왜 그렇게 비싸냐고 했을 것이다. 예전에 나는 꽃은 거름, 햇빛, 물 이 3요소만 있으면 저절로 잘 자라는 거라고 여겼으며, 솔직히 꽃의 가격이 그에 비해 비싸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농업 체험을 통해, 햇볕이 강하게 내리 쬐건, 비가 억수같이 내리건 개미처럼 일하시는 농민들의 손길 덕분에 국화와 같은 꽃들이 예쁘게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되었다.

물론, 고작 5일 동안의 농업 체험을 통해 농민들의 수고를 모두 이해했다 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밥상을 볼 때, 집 안에서 기르는 난초를 볼 때, 또 2년 후에 졸업식 때 받을 꽃을 볼 때 등등 사소한 도시인의 생활 속에서도 농민들의 수고를 자주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전보다는 성숙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얻은 게 많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런 기회가 또 생긴다면 꼭 다시 한 번 참여해야겠다.

<숙명여자대학교 이루리>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