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양계협회는 농림수산식품부에 산란계 농장에 냉장보관창고를 도입하기 위해 시설자금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 7월 한 소비자단체에서 백화점과 대형유통업체, 재래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계란 중 28%가 신선도가 불량하다고 밝히면서 계란 품질이 또 다시 문제됐기 때문이다.

양계협회측은 매년 여름철 마다 반복되는 계란 신선도 문제로 산란계농가가 적지 않은 피해를 본다며 계란의 전 유통과정에 콜드체인시스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 “콜드체인시스템 도입하자”

양계협회가 콜드체인시스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계란의 품질 저하 문제가 계란 생산과정이 아닌 유통과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은 대규모 농가의 경우 매일 수거가 이뤄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일주일에 두 차례정도 유통 상인이 수거해 간다.

신선한 계란이 생산돼도 농장에서 며칠씩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다시 복잡한 유통과정에 의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최종 판매단계에서 계란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계란의 전반적인 유통과정에서 오는 문제지 단순히 계란 생산과정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양계협회의 입장이다.

하지만 언론에서 신선도와 품질이 떨어지는 일부 계란의 문제점이 그대로 보도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농가가 떠안고 있다는 것.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콜드체인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황일수 대한양계협회 상무는 “갑자기 계란 유통 전체를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정부에서 일정 부분 지원을 해줘서 농장에서부터 냉장보관창고를 갖추고 차츰 계란 유통 과정에 콜드체인시스템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아직 갈 길 먼 냉장유통

최근 백화점과 대형유통업체들은 대부분 계란을 냉장 보관해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롯데마트에서는 농가에서 수거해 운반하는 차량도 저온으로 유지하고 있고 계란을 판매하는 전 매장에서 냉장 보관해 판매하고 있다”며 “적지 않은 금액이 소요됐지만 그 만큼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져 계란에 대한 클레임도 줄었다”고 밝혔다.

계란 전문 생산·판매업체인 조인의 이승우 사장도 “농장에서 계란을 매일 수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운반차량도 냉장온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신선하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계란을 위한 일”이라고 전했다.

또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계란을 구입할 때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지난 11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한 브랜드 계란을 구입한 한 소비자는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어 백화점 내부 온도도 낮지만 그래도 냉장 보관돼 있는 계란, 유통기한이 넉넉하게 남아 있는 계란을 산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수퍼마켓과 재래시장에서는 계란을 냉장 보관해 팔고 있는 곳을 찾기 힘들고 유통기한도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판매까지의 유통과정도 마찬가지.

열악한 계란 유통현실을 드러내듯 여름에도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는 트럭을 이용해 계란을 운반하고 있다.

10여 년째 음식점 등에 계란을 납품하고 있다는 한 계란 유통 상인은 “냉장유통을 하면 좋겠지만 어느 누가 그 비용을 감당하려 하겠냐”며 “하지만 여름에는 신선도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국계란유통협회의 유필선 부장은 “계란 유통과정의 선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계란유통 상인 등록제를 실시, 신선도를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돼 있는 차량을 이용하는 상인만 계란유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계란 유통과정 개선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유통업체 관계자도 “쇠고기나 돼지고기 등은 도축된 후 유통, 판매되는 과정이 전부 콜드체인으로 이뤄져있지 않냐”며 “계란은 저장성이 떨어지는 만큼 더욱 유통과정이 냉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선진국의 계란유통사례

최근 미국은 계란의 냉장유통을 의무화했다.

먼저 생산단계에서 3000마리 이상의 닭을 사육하는 모든 양계업자는 식품의약국(FDA)에 등록해 대폭 강화된 청결 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농장 내 각종 장비와 인력에 의해 박테리아가 옮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철저한 위생검역을 실시해야 한다.

또 정부의 검역관이 양계장에서 나와 박테리아에 오염된 계란을 4개 이상 발견하면 해당 양계장은 엄격한 절차에 따라 모든 계란을 폐기처분하고 폐기처분하지 않은 계란도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유통·판매단계에서는 생산된 지 36시간이 지난 계란은 저온살균처리 여부와 상관없이 소비자가 구매할 때까지는 7℃ 이하에서 냉장 유통, 보관해야하며 계란을 유통하는 트럭운전사와 하역담당자 등도 계란의 모든 운송단계에서 냉장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문서화해야 한다.

일본은 계란의 유통기한을 포장일자로부터 2주간으로 정해 상미기간으로 표기하도록 했다.

이는 계란의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으로 냉장 상태에서 2주일을 상미기간으로 설정해 놓고 이 기간이 경과한 계란에 대해서는 전량반품하거나 난가공용품으로 처리하고 있다.

# 불명확한 계란유통기준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을 수집하는 데 보통 2~3일이 걸리고 선별·운송과정에 1~2일, 또 계란 도·소매유통 상인을 거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기간은 보통 생산된 지 1주일이 지나야 가능하다.

대형유통업체와 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 계란 등의 유통기한도 보통 포장된 지 25~30일로 표기돼 있을 뿐 생산날짜가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이는 관련 법규가 미비한 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고시한 축산물의 가공기준 및 성분규격 중 축산물에 대한 공통기준 및 규격의 제8항 보존 및 유통기준에 따르면 식용란은 가능한 한 냉소에, 알가공품은 10℃ 이하 (다만, 액란제품은 5℃이하)에서 냉장 또는 냉동 보관 유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가능한 한’ 냉소에 보관하라는 유통기준은 계란의 냉장 유통이 필요한 것인지를 명확하게 알 수 없게 할 뿐 아니라 신선도 유지를 위한 보관 온도는 몇 ℃이어야 하는지, 언제까지 유통돼야 하는 지 자세한 기준이 나와 있지 않다.

김정주 건국대 교수는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 된 지 한 달이 넘은 계란을 여름에도 상온에서 유통하고 있어도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도 일본처럼 계란의 신선함이 유지되는 기간을 정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회수하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며 “당장은 생산자나 유통업체가 손해를 본다고 느낄지 몰라도 이 제도가 정착되면 소비자의 계란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계란 소비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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