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농협사업구조개편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7만 농협인을 강타하고 있다. 농업인의 염원에 따라 농협이 경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판매중심 농협으로 거듭나게 하기위한 정부의 지도 및 감독 강화 차원이다.

1961년 종합농협 발족 이래 48년 만에 불어 닥친 농협의 최대 이슈 중의 이슈이다. 2007년 3월 정부는 농협개혁의 일환으로 농협지배구조개선, 경제사업 활성화 기반 구축 등 농협개혁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을 포함한 중앙회 신·경분리 방안을 확정했다. 그 주요 내용은 농협이 2015년까지 총 13조원의 자금을 조성하여 경제사업 활성화 및 신·경분리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2017년까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완전 분리토록 로드맵이 작성되어 있다. 추진대책기구로 2007년 7월에 농업인단체, 농림수산식품부, 학계전문가 등으로 경제사업 활성화 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2015년까지 산지농산물의 60%, 소비지 농산물의 15%를 농협이 책임 판매하여 판매중심 농협으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도록 과제를 부여했다.

신·경분리에 10년의 준비기간을 부여한 것은 경제사업 자립을 위한 경영기반 구축 및 BIS비율 12% 달성을 위해 최소 10년이 소요된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여러 차례의 토론과 관계부처 협의 등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심사숙고한 끝에 내려진 결단이다. 그러던 중 전임회장이 비리로 구속되고 농협개혁에 대한 속도가 너무 늦다는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면서 농협개혁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새로운 회장이 취임하여 농협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농협을 농업인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라고 기자회견을 하고, 농협 임직원들에게는 교자채신(敎子採薪)을 신년화두로 제시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근본적인 처방으로 변화와 혁신을 통한 농협다운 농협을 만들 것을 역설한 것이다.

농협다운 농협, 신뢰받는 농협, 하나 되는 농협으로 다시 태어나, 농업인뿐만 아니라 온 국민으로부터 사랑 받는 농협으로 대변신할 것을 약속 하였다.
이제 남은 과제는 첫째, 개혁의 속도문제인데 여기에는 의견차가 너무 크다.
농협은 뜻하지 않은 미국 발(發) 금융위기를 맞아 향후 10년간 매년 1조원의 이익을 내서 적립해야 하는 목표에 당장 2008년부터 차질을 빚게 되었고, 2009년도에도 1조원에 7000억이 부족한 3000억원 흑자를 내려고 3급이하 전 직원의 임금을 10% 반납하는 등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의 각오로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사업구조 개편 시기를 5년 앞당기도록 독려하는 눈치다. 문제는 자금인데 현재로서는 정부가 부담해주지 않으면 농협경영여건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사업구조개편 후의 성공여부이다. 농협은 그동안 신용부문의 금융조합, 농업은행이 독립적 기능을 하고 농회를 중심으로 한 경제사업 독립기능을 수행해 본 역사를 갖고 있다. 신·경분리의 실패를 경험삼아 1961년도에 신·경을 합친 종합농협으로 발족하여 발전을 거듭한 결과 세계 협동조합 중에서 성공 사례로 연구대상이 되어 있다. 농협이 그동안 신·경분리를 반대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 협동조합 중 성공한 모델 협동조합이 우리나라에서는 개혁의 도마에 올라와 있다. 신경분리 후의 성패에 대해서 누가 책임져 줄 것인가?

셋째, 농업인 단체가 반대한 사업구조 개편안에 대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간 신·경분리 자체에 대해서 찬성한 농민단체가 이번에는 반대하고 나섰다. 사업구조개편의 초점이 경제사업 활성화에 맞춰져 있지 않고 신용사업 강화 쪽에 힘이 실려 있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신·경 분리가 농업인에게 실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예상이다.

350만 농업인과 7만여 농협 임직원, 농업·농촌관련 기관, 단체, 학계의 비상한 관심 속에 논의 되고 있는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문제는 개편안 설명회조차 제대로 열 수 없는 혼돈 속에 빠져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큰 탓일까? 아니면 성공 여부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서 일까? 살아 존재할 것이냐! 죽어 없어질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김수공 농협구례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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