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농가와 닭고기 계열업체들은 올해 복 경기는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을 예상, 4월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닭고기 소비가 주춤했던 지난해보다 좋을 것이라 기대하며 대부분 공급물량을 10%가량 늘려 잡았다.

하지만 세 번의 복날을 모두 지낸 지금.

예상한 만큼의 실적이 안 나왔는지 닭고기 시장의 최대 성수기를 보낸 양계 업계가 조용하다.

# “날씨 때문에”
“올해 초복과 중복은 한 마디로 비 때문에 별로였죠.”
삼계탕의 소비가 삼복(三伏) 중에서도 가장 많은 초복.

하지만 올해는 ‘그저 그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년 중 가장 무더운 기간을 삼복더위라고 했지만 올해는 복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다.

초복이었던 7월 14일 서울은 궂은 날씨 속에 강한 비가 내려 일 강수량이 140.5㎟, 평균 기온도 23℃에 그쳤다.

7월 24일 중복 때도 마찬가지로 지역별로 비가 내렸고 평균 기온은 25℃안팎에 머물렀다.

여름철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더운 여름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먹는 음식이 삼계탕이지만 덥지도 않고 비까지 내리자 삼계탕 소비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거나 5~10%가량 저조했던 것.

대형유통업체인 이마트 관계자는 “당초에는 작년보다 상황이 괜찮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비 때문인지 고객들이 삼계탕용 닭을 생각보다 많이 찾지 않았다”며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관계자도 “날씨가 크게 덥지 않아 집에서 삼계탕을 직접 조리해 먹는 수요가 줄었다”며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조금 부진한 편”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8월 14일 말복에는 서울의 경우 최고기온이 33.4℃를 기록했지만 삼복 중 삼계의 소비가 초·중복에 거의 80%가량이 집중돼 있는 만큼 삼복 소비량의 대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이번 복 시즌의 소비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 판매 마리수는 비슷, 매출액은 늘어
닭고기 계열업체들은 올해 복 경기를 겨냥, 닭고기 수입량 감소와 원산지표시제에 따른 국내산 닭고기에 대한 수요 증가 등을 이유로 공급 물량을 다소 늘려 잡았었다.

삼계와 육계 공급물량을 지난해보다 10% 가량 늘렸던 하림의 나종필 과장은 “상반기에 매출이 호조를 보인 것과는 달리 복 시즌에는 전년에 비해 판매마리수가 많이 늘지는 않았다”며 “일반 소비자를 대상을 판매한 물량이 한 자리수의 증가를 보였다”고 말했다.

성화식품 관계자도 “다른 계열업체와 마찬가지로 공급량을 조금 늘렸었지만 올해는 예년만큼의 매출은 올리지 못했다”며 “복에만 집중되던 닭고기 소비패턴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고 날씨도 안 좋았던 것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닭고기 가격이 높아 매출액이나 수익성 면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나아졌다는 것이 일부 닭고기 계열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동우 관계자는 “올해 복은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무난했다고 본다”며 “판매마리수가 지난해보다 많이 늘지 않아도 매출액은 높아졌고 체인점 수요가 늘어 삼계보다는 육계 판매가 좋았다”고 전했다.

체리부로의 유석진 이사는 “사료 가격 상승 등으로 닭고기 가격이 높다보니 전체 매출액이 늘어난 점이 있다”면서 “삼복의 소비만을 놓고 봤을 때는 작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 오리, 토종닭은
2008년 4분기 소비가 전년에 비해 60% 가량 줄어드는 등 침체를 면치 못했던 오리는 올해 들어 소비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특히 복을 전후로 소비가 많이 돼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았던 예년에 비해서도 15% 가량 소비가 늘어난 것.

이강현 한국오리협회 전무는 “오리 소비가 늘어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이 좋다”며 “지난해 AI여파로 휴업이나 폐업을 했던 오리전문점 중 60%가량이 회복되면서 식당에서의 소비가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모란식품의 김만섭 대표도 “오리고기는 닭고기와 비슷한 소비 패턴을 보인다”며 “올해 복에는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매출이 상승해 2007년 수준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토종닭도 마찬가지.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 부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수급조절에 나서면서 소비도 지난해보다 늘었고 올해는 농가 소득도 늘어 상황이 괜찮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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