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땅에 살아남기 위해 택한 주곡이 쌀이다. 쌀은 한민족에 생명의 원천이다. 그럼에도 수확을 앞둔 벼논을 정말로 갈아엎어 쌀을 버릴 것인가?

쌀 농업은 우리 농촌경제의 근간이요, 농업인에게 삶의 터전이며, 사활이 걸린 막중한 생명산업으로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농업·농촌의 정책관리품목 1순위로 꼭 지켜야할 소중한 산업이다. 연 이태에 걸친 풍작에 따른 쌀 재고 누적과 쌀 소비 감소가 쌀값 하락으로 이어졌고, 이는 농업인들에게 큰 시름을 주고 있다. 일부 농업인단체는 야적시위와 같은 쌀값 안정대책촉구 시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세계 도처에서 잦은 기상이변과 병충해로 말미암아 흉작이 들 수 있어 언제든지 식량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하물며 우리의 곡물자급률은 26.2%에 불과하다. 그래서 늘 쌀을 비축해 두어 식량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쌀값 문제 때문에 농업인이 벼농사를 포기하도록 놔두어서는 안된다. 온 국민이 나서서 빵이나 피자 대신 하루 한 끼라도 더 쌀 소비를 늘려 농업인의 시름을 덜어 줄 수는 없는 것인가?

이미 정부는 쌀 산업의 중요성 때문에 올 수확기의 쌀 수급 및 가격안정대책을 마련하여 쌀값 안정에 발 벗고 나섰다. 정부 대책을 보면 첫째, 올해 쌀 생산이 작년보다 감소하였으나 2009년산 쌀 매입량은 작년보다 23만톤이 많은 총 270만톤으로 늘려 잡았다. 이중 정부가 공공비축을 위해 37만톤을 매입하고 나머지는 농협이나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통해 233만톤을 수확기에 매입한다. 둘째, 지난 10월 13일 국무회의에서 쌀 생산량이 평년작 보다 많은 11만톤을 추가 매입키로 결정해 매입량은 총 281만톤으로 늘어났다. 추가 매입분은 농협을 통해 공공비축 쌀과 같은 방식으로 매입하며 이중 강원지역에 추가 매입량이 5063톤이 배정되어 매입에 들어갔다. 쌀 매입자금은 작년보다 확대하여 총 3조 3000억원(정부 1조 7000억원, 농협 1조 4000억원, 추가분 2000억원)에 이르며 지원자금의 금리도 최고 2%에서 0%로 낮추어 준다. 셋째, 정부가 공공비축분으로 매입하는 37만톤은 군·관수, 학교급식, 사회복지용 등 특수 수요로 19만톤만을 공급하고 잔여 18만톤은 공매를 유보하고, 또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2005년산 재고 쌀 23만톤을 공매 유보분과 함께 시장에서 격리하여 2009년산 쌀 수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정용이나 다른 가공식품용으로 특별 처분한다. 넷째, 쌀 가공산업의 시장 활성화 등 수요확대를 위해 2005년산 정부 쌀의 판매가격을 kg당 1446원에서 950원으로 대폭 낮추어서 고추장·떡볶이떡 등에 쓰이는 밀가루를 대체 사용하게 하며, 군인과 학교 급식 등 국·공립기관에서 공급하는 국수·떡·빵 등 가공식품에 쌀 함량을 더 늘려 나간다. 주정 타피오카의 대체용 쌀은 kg당 250원에 공급한다. 이러한 정부 대책이 잘 추진되어 시중 쌀 유통량의 80% 수준이 시장에서 격리돼 빠른 시기에 쌀값이 안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쌀은 국민의 기본 식량이므로 식량안보와 공익적 기능, 그리고 농업생산의 근간이며 농업인의 삶의 터전 등을 고려할 때 농업과 농촌에 있어서 여전히 우리가 꼭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최우선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쌀값 안정에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최염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강원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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