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發) 금융위기로 시작된 경제 한파가 전 세계를 엄습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미국 제조업의 상징인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가 몰락하고 내로라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도산이 이어지는 현실이다. 당분간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이렇듯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협동조합을 위기시대 경제체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 보고서가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발간한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하에서 협동조합의 위기대처능력과 회복력이 민간기업에 비해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협동조합의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높은 신용도에서 비롯한 것이다. 보고서는 또한 협동조합이 금융위기에 강한 이유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용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필요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조직이라는 점을 들었다.

오늘날 미국경제 쇠락의 주원인이 자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한때 제조업 왕국 미국을 건설하는데 앞장서며 세계를 호령했던 GM과 GE가 이제는 종이호랑이가 돼 버렸다. 다들 제조업이라는 힘든 길을 택하기보다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사업모델의 근간을 금융으로 바꾸면서 그 본질을 버렸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의 본질은 상생을 모토로 사회적 약자인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며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합리적이고 이타적인 경영으로 위기의 경제시대에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경제와 성장 논리만을 앞세우는 일반기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말이다.

얼마 전 유엔(UN)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했다. 이번에 협동조합이 선정된 것은 국제사회가 협동조합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세계 경제·사회·문화 발전에 협동조합이 중추적 역할을 해 왔음을 인정한다는 증거다.

올해는 ‘2012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준비하는 원년으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농협 등 국내 협동조합 조직이 현 국내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세제혜택이나 시장접근 등과 관련해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협동조합의 특수성이 반영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또한 공식적인 교과과정에 협동조합을 포함시켜 자라나는 세대들이 기업 활동의 단위로서 협동조합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협동조합이 사회경제에 기여하는 바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캠페인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아울러 ‘2012 세계협동조합의 해’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 단체나 기구들과의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해야 나가야 하겠다.

<김상철 농협중앙회 해외협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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