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전망 2010’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금년도 농업생산액은 전년에 비해 0.8%가 증가한 39조3220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축산업 생산액이 농업 총생산액의 39.4%인 15조4600억원으로 전년에 이어 급격한 성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 축산물의 생산액은 10대 농업생산물에 대다수 포함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농업은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농업도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패러다임(paradigm)도 변해야 한다. 농업의 구조, 정책, 투자액, 산업인력, 산업적 중요도 등 모든 분야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선진국의 척도가 될 국가자원의 관리에 대한 자세의 변화가 필요하다.

# 주요 유전자원은 안전하게 보존해야
2000년 파주, 홍성, 충주 등 3개도 6개 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3006억원의 직접적인 피해액이 발생했다. 2002년에는 경기 안성·용인·평택과 충북 진천 등 2개도 4개 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1434억원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올해는 연초 경기도 포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한데 이어 강화, 김포, 충북 충주까지 발생해 국가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제역 발생에 따른 농가의 직접적인 피해와 간접적인 피해액을 합치면 수조원에 달할 것이다. 구제역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예방이 필요하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빠르고 생물 중에서 변화가 가장 빠르기 때문에 완전한 차단은 어렵다. 이러한 바이러스성 악상전염병으로부터 국가의 중요재산인 가축의 유전자원을 보호해야 한다.

# 국가차원에서 유전자원 보존체계 구축 필요
천재지변(天災地變)으로부터 유전자원을 안전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나누어서 보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가 주요 유전자원의 보존 및 활용체계가 미흡하다. 한우 보증씨수소는 농협 한우개량사업소에서 사육하고 있다. 젖소, 돼지, 토종닭, 토종오리 등은 농촌진흥청, 농협 등 일부 기관에서 보존을 하고 있다. 만약 농협에서 악성전염병이 발생하면 인공수정용 소 정액의 생산과 공급체계가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이로 인한 소 사육농가의 경제적인 피해액은 막대할 것이다. 또한 유전자원을 복원하는 데는 최소 수년이 소요된다. 한우 보증씨수소 1마리 선발에 약 6년 이상의 기간과 10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돼지 및 닭의 계통을 조성하는데 8년 이상이 소요된다. 소, 돼지의 경우 냉동정액이나 동결수정란으로 보존은 가능하나 이를 다시 산업에 이용하려면 2~3년이 더 소요된다. 일부 유전자원은 영원히 복원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종축의 개량은 수십 년간 누적된 핵심기술로 우리나라 축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유전자원의 관리체계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

# 국가기관, 지자체, 생산자 단체의 공동노력 필요
우리의 문화와 맥을 같이 해 온 한우 등 토종자원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농림수산식품부를 중심으로 한 유관기관의 협력체계가 필수적이다. 농진청, 국가주요종축관리기관, 도축산연구소, 민간업체 간에 종축의 분산사육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구제역 등 악성전염병이 발생한 이후에는 종축의 이동과 분산은 사실상 어렵다.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주변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이동제한 조치 등이 이루어진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종축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인 소산에는 어려움이 있다. 타 기관에 나누어서 수용하고 싶어도 주변 농가가 가축의 이동을 반대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가 주요 유전자원은 전시에 준한 국가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축산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예산지원 불가피
가축전염병 발생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분산과 중복 사육이 필요하다. 유전자원을 보존하는데 필요한 시설비, 사육비, 인건비 등 예산부담이 생기며, 예산이 부족하면 실질적인 유전자원의 관리가 불가능하다. 국내에서 악성전염병이 발생하면 주요종축에 대한 국가적인 보존의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러나 긴급한 사태가 끝나면 분산수용계획이 조용히 사라진다. 이번 구제역 발생을 계기로 국가적인 유전자원의 안전한 보존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 가축 유전자원의 효율적인 보존체계의 구축과 기관간의 협력을 통해 축산업이 한국농업을 주도하고 녹색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원경 농촌진흥청 축산자원개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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