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정서에 따라 세계 각국은 과거 온실가스 배출실적에 따라 배출권을 할당받으며, 이를 ‘허용배출권’이라 한다. 배출권을 할당받은 국가 혹은 기업은 이를 기준으로 배출량을 감축시켜야 하지만 만약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국내의 타산업이나 외국으로부터 배출권을 구입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배출권은 이미 EU(EU-ETS 등 다수의 거래소), 미국(시카고기후거래소) 등의 여러 나라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배출권은 과거의 실적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시키는 사업을 수행하면 그에 상당하는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으며 이를 ‘사업배출권’이라 한다.

사업배출권도 허용배출권과 같은 가치를 갖게 되어 사업배출권을 획득한 만큼 배출량을 감축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배출권시장에서 거래할 수도 있다. 사업배출권에는 선진국간의 협력사업으로 배출량을 감축시키고 그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인정받는 공동이행사업(JI)과, 선진국이 개도국에 투자하여 또는 개도국이 개도국에 투자하여 배출량을 감축시키고 배출권을 인정받는 청정개발체제(CDM)사업이 있다. 한국은 아직 배출량 감축의무가 없고 따라서 허용배출권이 없으나 선진국 또는 개도국의 자본을 유치하여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수행하는 CDM사업에 참여하여 수익을 얻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농업부문의 CDM사업은 다음과 같은 사업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가축분뇨처리시설로부터의 메탄 포집 및 연소 △가축분뇨처리시스템 온실가스 저감 △바이오매스 전력 생산 및 동력발전 △쌀겨를 이용한 바이오폐열 발전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 △바이오매스 스팀 및 동력발전 △바이오매스 에너지작물 생산 △폐수방지와 에너지효율 증대 및 재생에너지 생산 등이다.

이외에도 농림업은 이산화탄소 흡수 기능이 있으나 이제까지 온실가스 흡수 사업으로 국제사회의 공인을 받은 부문은 신규조림과 재조림 뿐이다. 그러나 현재 교토의정서의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관장하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는 농경지의 탄소고정 방법론을 검토하고 있으며, 실제로 시카고기후거래소에서는 농경지의 탄소고정 사업이 ‘Exchange Soil Offsets(XSO)’라는 카테고리의 옵셋프로그램으로 거래되고 있다. 따라서 농림업의 이산화탄소 흡수 부문 역시 머지않아 온실가스 감축사업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최근 직접지불제도가 중요한 농정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일반 납세자의 비판이 적지 않고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농가소득을 지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직접지불제를 시장지향적이고 친환경적으로 보완하여 지원의 정당성을 갖추면서, 정부의 재정부담은 경감시키고 농민의 수혜는 증대시킬 수 있는 CDM사업과 연계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령 조건불리지역직불제의 수혜조건으로 CDM사업의 참여를 요구하고 CDM사업을 통해 얻은 배출권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지원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한계지(농지, 임야)와 휴경지에 유채를 재배하여 바이오디젤을 생산함으로써 배출권을 획득할 수 있다. 가축분뇨의 자원화 시설로 고려할 수 있는 바이오가스플랜트 사업도 농업부산물의 순환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시키며 배출권을 획득할 수 있다. 벼 수확이 끝나는 10월 이후 겨울철에 논에 답리작 조사료를 생산할 경우 답리작 조사료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흡수량만큼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농가의 추가소득이 발생할 것이다.

농업정책이 CDM사업과 연계되면 친환경 온실가스 감축사업이 되어 정책의 정당성이 확보될 뿐 아니라 2013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의무 이행에 기여할 수 있다. 농촌지역의 CDM사업은 그 규모나 사업의 성격 상 개별 경제주체 단위로 시행하기 보다는 마을이나 생산자집단, 또는 조합 등 여러 주체들을 통합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통합방식에서는 최근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개도국의 요구로 인정하기로 합의된 CDM프로그램(정책)도 유용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 어떤 CDM사업, 어떤 CDM프로그램을 유치할 것인가는 그 지역의 인적, 물적, 자연적 조건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임성수 건국대 자연과학대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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