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경보시스템·생태계 복원…중·장기 계획 시급

지난해 우리 어장을 엄습한 해파리 피해가 올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해파리 온상지로 알려진 시화호와 새만금 등에 대해 구제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해파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올해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파리 피해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이들은 해파리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구제작업도 중요하지만 조기경보시스템 등의 관리체계와 생태계 복원 등의 중·장기적인 계획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창훈 국립수산과학원 해파리대책반 박사

해파리 문제에 대해서 단기간에 실효를 얻을 수 있는 연구는 최근에서야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성체가 돼버린 해파리를 구제하는 방안이 아니라 유생단계에서 제거해 구제효과를 얻고자 하는 연구로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물론 직접적인 구제작업 보다는 바다의 자연치유를 돕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새만금방조제와 시화호처럼 우리나라 어업의 큰 피해가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구제작업이 진행돼야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대책마련을 위해서 인력확충과 같은 연구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할 것이다. 지속적인 연구와 데이터화가 기술력 증대의 기본임을 잊어선 안된다.

#강영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연구소 소장

기존에 이미 다량으로 번식돼 서식하고 있는 해파리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어망이나 어구 등에 걸려 올라오게 되면 발견하는 즉시 절단하거나 분해해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적으로는 조업시 해파리를 걸러내 어류만 포획할 수 있는 어구·어망이 개발 중이다.

이런 단기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해파리는 유생단계에서 부착생활을 하다가 봄에 바다로 흘러들어가 성체가 되는 등 다양한 모습의 생활을 한다. 따라서 해파리가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항만이나 연안 개발시 흐름이 좋고 부착 가능한 기질의 물질이 많은 장소와 사용재료에 대해서는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정익교 부산대 지구환경시스템 해양시스템과학과 교수

해파리 개체수가 급증한 이유는 지구 온난화와 해수온 상승 등 환경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뿐만 아니라 남획과 기후변화에 따른 해파리 포식자의 감소가 생태계 자체내의 틀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해파리 구제는 단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 해파리 다량 서식지와 출현지 등을 파악해 기본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기초적인 연구와 분석들이 모여야만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어구와 어법관리 방법에 대한 연구도 병행해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신경순 한국해양연구원 남해특성연구부 책임연구원

국내 최초로 해파리 원인 분석 프로젝트(젤리피쉬 블름(jellyfish bloom) 발작기작 규명연구’)를 수행하며 내린 결론은 해파리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란 어렵다는 것과 장기적으로 해파리가 서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파리가 서식하기 힘든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파리 가입률이 높은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인공해안선을 줄이고 자연해안선을 복원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한다. 아울러 오염된 지역에서는 해파리 천적이 되는 어종이 살기 힘들기 때문에 환경개선을 병행해 말쥐치 같은 천적 방류사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전 해역을 대상으로 구제작업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범구역을 설정해 검증을 한 후 확대 시행해야할 것이다. 특히 어린 개체일 때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 천적을 활용하더라도 해파리가 유생단계처럼 하위 생태계 단계에 있을 때 포식이 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다.

#박성쾌 부경대학교 해양산업경영학부 교수

해파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광역적이고 해명하기 어려운 요인들을 다수 내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연의 유기적 자생능력을 믿고 해양환경을 잘 가꾸는 일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해파리가 급증하기 이전의 환경으로 복원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해파리 피해는 마치 과거에 그러했듯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위적인 간섭은 도리어 생태계를 흔들 수도 있기 때문에 피해규모가 큰 부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구제작업으로 진행돼야 한다. 해파리 구제는 인간이 전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기 힘들고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적조와 유사해 보이기 때문에 조기경보 시스템 등의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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