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마다 1~2드럼의 유류사용만 줄여도 국가적으론 조 단위의 유류비가 절감되는 겁니다.”
한승호 부산 남천어촌계장의 어선 유류비 절감 필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어선어업을 하는 어가 입장에서 유류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만큼 반가운 게 또 있을까. 한 계장은 자체개발한 집어등 반사장치를 통해 유류비를 30~50%나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으며 당 반사장치를 보급판매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 유류비 절감과 광량증대…두 마리 토끼 동시에

갈치, 오징어 등 집어등을 이용한 어업을 하는 어가들은 최근 고유가로 출어경비 중 약 70%가 유류비라고 전한다. 또한 유류비 부담으로 채산성이 악화돼 출어를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한 실정이다. 이처럼 유류비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드럼당 10만원이 넘는 유류비는 어선어업을 하는 선주들에게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20년 이상 오징어채낚기 어업에 종사했던 한 계장도 치솟는 유류비가 부담스러워 유류비용을 절감할 방법을 고심하던 중 집어등 반사장치를 고안하게 됐다

또 현행법상 채낚기어선 집어등 광력제한으로 집어등 수를 줄여 유류비 절감을 도모했지만 어획량이 감소하는 등의 문제가 지적돼 채산성 향상을 위해 광력효과증대가 절실했다고 한다.

한 계장의 집어등 반사장치인 매직라이트는 빛의 세기와 광량을 3배 이상 증대시켜 적은 수의 집어등만으로도 어획량을 유지하거나 증대시킬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가장 큰 특징은 LED집어등에 비해 월등한 광량과 현격히 비교되는 가격이다.

LED집어등의 경우 일부 어선에서는 광량 부족을 이유로 기존 집어등과 병행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매직라이트의 경우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고 오히려 기존 집어등 수를 줄여서 유류비를 절감하는 방식이다.

이는 줄어드는 집어등 수만큼 유류비가 절감되는 것이다. 또한 개당 4000만원을 호가하는 LED집어등 비용은 정부보조금을 받는다고 해도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설치비 포함 개당 23만원이라는 매직라이트의 가격은 좌당 300만원 내외의 비용으로 설치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또 설치시 국고로 설치비용의 60%가 무상지원된다.

설치도 간단하다. 기존 집어등을 떼어내고 별로의 장치를 부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던 집어등에 반사장치만을 덧붙여 끼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손쉽게 탈부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일정한 크기의 어선 좌대에 많은 수의 집어등을 설치하고자 좁은 간격으로 밀착해서 집어등을 설치할 수 있었지만 매직라이트 집어등 반사장치는 정해진 간격이 있어서 임의적으로 집어등 수를 늘리지 못 하도록 설계됐다. 게다가 기존 2줄 병행의 병렬식 구성을 한줄로 바꾸는 대신 빛을 위․아래에서 모두 반사할 수 있게 설계해 집어등 수를 줄이면서도 풍부한 광량을 확보했다.

게다가 반사판 각도를 조절해 빛의 방향을 원하는 곳으로 향하게 할 수 있어서 선원들의 화상 위험도 해결했다. 실제로 빛의 세기가 2.5kw를 넘어서면 선원들이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사판 각도를 바다쪽으로만 돌려 선원들이 직접 빛에 노출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해수는 담수와 달리 부식을 빨리 시키고, 어선은 해수와 그에 포함된 부유물 및 유기물 등에 쉽게 노출돼 잦은 관리를 요구한다. 하지만 매직라이트 최신 개발품에는 스프링클러 타입의 자동 워싱 장치가 달려 반사판의 녹이나 이물질 제거를 위한 별도의 수고도 덜었다.

# 매직라이트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한 계장이 처음 반사장치 개발을 시작한 것은 2005년.
20년 이상 오징어잡이 어선어업을 했던 그인지라 바다에 대해서 누구 못지않게 잘 안 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알아 갈수록 알 수 없는 것이 바다라고 했던가. 반사장치는 생각처럼 쉽게 완성되지 않았다. 반사장치로서의 형태를 갖추기까지 버려진 금형만도 40~50개다.

그리고 지난 2007년 3월 부산의 대형선망 시험설치에서 작은 어선이었던 동남수산을 운반선 3척 모두 만선을 이뤄 10억원의 조업실적을 올리게 하며 화제를 모았고 이곳저곳에서 주문 예약이 몰렸다. 하지만 동남수산의 어선이 만선의 기쁨을 안고 돌아왔을 때 상황은 달라졌다. 당시 반사장치는 가볍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내열성 플라스틱을 재료로 사용했지만 집어등의 열을 견디지 못 하고 녹아버린 것.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관심을 보이는 던 이들은 차갑게 외면했다. 하지만 한 계장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연구에 매진했다. 광량 확보를 위해 크게 만들었던 반사장치의 크기를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위해 축소 최적화시키고 뜨거운 열에 녹지 않으면서 반사도를 높일 수 있는 스테인레스로 재질을 바꿨다.

그렇게 5개월여의 시간이 흘려 2007년 8월 제주도호에서 스테인레스 재질로 바꾼 반사장치의 시험설치가 있었다. 당시 40개가 넘는 집어등을 달고 있던 제1호의 집어등 수를 16개로 줄이고 반사장치를 단 것이다. 결과는 어획량이 반사장치를 설치하기 전과 차이가 없었다. 결과에 고무된 선주는 추가 설치를 부탁할 정도였다.

이듬해인 2008년 5월 제주도 성산포에서 대성호에 24세트(26개 축소), 동수호에 24세트(26개 축소), 동삼호에 22세트(28개 축소) 반사장치를 시험 설치했고 이어 6월에 모슬포에서 천지호에 22세트(28개 축소)를, 8월에는 제주시에서 선영호에 22세트(28개 축소)를, 추자도에서 경승호에 22세트(18개 축소)를 각각 시험 설치했다. 결과는 월 평균 12.5드럼의 유류가 절감됐으며 당시 13만2000원이던 유류가격을 계산하면 165만원 절감된 것이다. 이렇게 매직라이트는 태어났다.

# 시험 설치로 드러난 매직라이트의 에너지 절감효과

지난 2008년 시험 설치의 결과는 매직라이트의 유류비 절감효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9.77톤 규모의 동삼호의 경우 60개이던 기존 집어등(1.5Kw)에 반사장치 20세트를 설치해 40개를 줄였다. 그 결과 2007년 6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6개월 사용 유류량 4만4459리터가 집어등 반사장치 설치이후 2008년 같은 기간 동안 2만9976리터로 줄어 1만4483리터의 절감효과를 거뒀다. 이는 유류가격을 환산적용하면 1013만6000원을 절약한 셈이 된다.

반면 성산포수협에 위판한 실적은 1억2816만7020원에서 1억9155만1950원으로 6338만4930원이 증가했다. 여타 여건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증가한 소득과 절감된 유류비를 통한 산술적 계산을 해봐도 실제 동삼호는 전년 동기간대비 7352만930원의 수익이 증가한 것이 된다.

이런 유류비용 절감과 위판금액 증가 결과는 동삼호 뿐 아니라 대성호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대성호의 설치 전년 대비 유류 절감량은 1941리터, 위판 증가액은 1억5088만6940원으로 조사돼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으며 다른 시험 설치 어선에도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 어선 크기와 줄인 집어등 수 차이를 감안해 평균적으로 집계를 해보면 30~50%의 유류비 절감효과와 위판금액 증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집어등 50개 기준의 기존 어선이 20개의 반사장치를 설치하고 40개의 집어등을 줄였을 때 약 40%의 유류비 절감효과가 있었고 이는 1일 유류 0.5드럼(100L), 월25일 조업기준 12.5드럼(2500L)이 절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강대윤 동수호 선주는 “2008년에 12톤 규모의 동수호에 집어등 반사장치를 설치해 집어효과와 유류 등 에너지 절감 효과도 톡톡히 거두고 있다”며 “유류비는 한달에 150만~200만원이 절감되고 있고 지난해 위탁실적은 2억8000만원이나 돼 성산포 위판 실적 상위 20위 안에 들었다”면서 흔쾌히 설치 후 변화를 설명했다.

아울러 한 계장은 “집어등 수를 줄이면 유류비도 절감되지만 엔진 부하가 감소해 엔진 고장이 현저히 줄어든다”며 “엔진수리비 절감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니 인터뷰…한승호 부산 남천어촌계장

“유류비 절감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한승호 부산 남천어촌계장은 어선어업이 고유가 시대 경쟁력을 갖춰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류비 절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생각은 정부에서 일관되고 추진하는 어선 감척, 에너지 절감 등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도 행보를 같이 한다.

그는 20여년을 오징어 어업을 하며 바다에서 살아온 뱃사람이다. 그런 그가 집어등 반사장치를 개발하게 된 까닭은 나날이 치솟는 유류비에 대한 부담과 지나친 광력 경쟁으로 어려워져만 가는 어업인의 생활 때문이었다.

한 계장은 “집어등 수를 늘리는 광력경쟁은 치킨 게임(Chicken Game)처럼 어리석은 경쟁이기 때문에 집어등 수를 줄이고 적정 광량으로 공존공생의 길을 찾아야 수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며 “비용절감 없는 집어등 수 경쟁은 결국 자본력 대결로 귀결돼 영세한 어업인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어업인 스스로의 자성을 촉구했다.

또 “매직라이트 집어등 반사장치 사용이 집어등 수를 줄여 유류비를 절감하면서도 어획량 증대를 도모할 수 있음은 이미 시험설치 결과와 국립수산과학원의 확인으로 입증된 바로, 이를 통해 일본․중국 등지에 수출을 하고 있으며 국내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고 전하며 “아직 비용절감과 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과 연구는 진행중이고 보다 효과적인 집어등 반사장치 개발과 최근 연구중인 다기능 밴드어초 등을 통해 모든 어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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