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성 보강하고 자연친화적 시설 유치…충분한 준비과정, 민간투자와 관심도 제고돼야



지난 1971년부터 연평균 400억원 이상 투입, 전국적으로 130만개 이상 시설된 인공어초사업이 최근 공무원과 업체의 유착 비리, 관리 소홀 등의 이유로 많은 질타 속에 뭇매를 맞고 있다. 황폐화된 어장을 놓고 인공어초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인공어초 사업, 이대로 좋은가 짚어봤다. <편집자 주>

#인공어초 왜 필요한가.

‘인공어초만 바다에 넣으면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맹신으로 1970년대부터 마구잡이식으로 인공어초 사업이 추진됐지만 실상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는 사업 초기 일본의 인공어초 성공사례만을 쫓아 푸른 청사진을 그렸으나 현실은 어장이나 환경은 물론 어초 자체에 대한 연구도 부족했다. 또 턱없이 부족했던 준비기간으로 관련 연구도 부족했지만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연구인력 자체가 충분치 못한 채 시작됐던 것이다.

이처럼 무모하게 시작된 인공어초 사업은 성급한 출발이었다는 평가와 더불어 어차피 해야할 사업이라는 견해가 엇갈린다. 자원회복과 생태계 복원이라는 수행해야 할 대명제 때문이다. 현재 우리 바다는 갯 녹음(백화) 현상으로 바다 속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경제성 없는 석회질 산호조류만 연안 바위를 뒤덮고 있다. 이는 수온 상승과 매립, 간척 등의 사업 부작용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수질오염도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전세계 어업인의 가장 큰 고충은 어획량 감소이다. 전문가에 따라 수온상승을 원인으로 꼽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무분별한 남획이 야기한 결과라 결론짓는다. 원인이야 무엇이건 어업인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수산자원의 회복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획량을 제한하고 치어나 종묘를 방류하고 있지만 수산자원의 회복은 쉽지 않다.

인공어초사업은 이같은 어업인들의 숙원인 ‘자원회복’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실제로 인공어초 사업이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신청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촌계 단위의 자구적 성격으로 시작되는 곳도 상당 수 존재한다. 게다가 어촌계에서 자율적으로 운영 관리되는 곳의 경우 인공어초 사업의 성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승호 부산 남천 어촌계장은 “인공어초 단지 조성으로 수산자원 확보 뿐 아니라 유료 낚시터, 스쿠버 등 해양 레저를 통한 부가소득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왜 도마 위에 올랐나.

인공어초만 넣으면 생태계도 복원되고 수산자원도 회복된다는 인공어초 사업은 현재 만신창이가 됐다. 지난해 전국적인 규모로 밝혀진 지자체 공무원과 시공사의 유착비리, 용역검수 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의 비리 의혹 등이 붉어져 인공어초 사업에 대한 관련기관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품게 만들기도 했으며 인공어초를 투하해 시설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류는 물론 해조류조차 서식하지 못 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인공어초를 설치함에 있어서 정부와 연구기관의 입장이 다르다”며 “충분한 연구가 수반되기도 전에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 분석했다.

또한 어초 선정과정에서의 문제도 지적됐다. 특정업체에 편중되는 폐단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나눠주기식 행정이 시행돼 기술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형평성이란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인공어초가 설치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인공어초 설치 이후의 관리문제다.
인공어초는 수온, 수심, 해류 등의 환경이나 지반에 따라 성패의 상당 부분이 좌우된다. 따라서 국립수산과학원은 신중하게 적합지와 이상적인 형태의 어초를 선정한다. 또 주기적으로 필요한 지역에 대해서 한국어촌어항협회를 통해 어장 정화작업을 수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미흡한 관리로 황폐해진 어장들이 바다 쓰레기장으로 변하기도 했고 지정된 위치가 아닌 곳에 인공어초가 설치되거나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선정하지 않은 부적합한 어초가 설치되기도 했다. 또 어촌계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그대로 방치되기 일쑤이다.

또 인공어초가 설치된 어촌계 어민들은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인 관리와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이 있다.

김호상 국립수산과학원 자원회복사업단 박사는 “인공어초의 수명은 30년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30년이 아니라 3년도 되지 않아 흉측한 모습으로 바다 속 혐오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관리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또 “해중림과 바다 숲 조성을 위해 다양한 학계의 기술과 연구가 융ㆍ복합돼 함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어초는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매개이기 때문에 늘 자연과의 조화를 염두에 둬야한다”고 전했다.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현재 수산토목기술은 음파를 이용해 어초의 상세한 주소까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책 연계성이나 실용사업 부분으로의 확대가 미진해 연구자들의 인력개발도 부족하고 실질적인 사업화가 어려워 관리ㆍ감독이 미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내년 1월에 출범할 것으로 예정돼 있는 ‘수산자원사업단’이 전문성을 보강하고 제대로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인공어초와 바다목장, 바다 숲, 해중림 등의 사업들은 생태계 복원이라는 대의에도 부합할뿐더러 자원 회복 기능도 수반하고 있는 만큼 민간의 투자와 관심도 증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부산에서 다기능 밴드어초 사업을 추진 중인 한 어촌계장은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황폐해진 마을 어장의 생태계 복원이 시급하고 고갈된 어자원 확보를 위해 해중림 등 바다목장 조성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투자자를 찾지 못해 시범어초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진행을 못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또한 인공어초는 기술과 연구로 자연에 피해를 주는 일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공어초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호상 박사는 “기술 집약적으로, 자연에 닮도록 충분한 준비과정을 가지고 예비시설을 확충한 뒤 자연환경에 적합한가를 철저하게 따져 추진해야 한다”며 신중하고 자연친화적인 시설 유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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