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낙농산업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낙농가와 젖소사육마릿수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원유부족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할 경우 국내 낙농산업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확산되고 있다. 낙농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국내 유가공업체와 유가공조합들은 원유부족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낙농진흥회의 일일집유량은 1341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94톤보다 3.8%인 53톤이나 줄었으며, 이 같은 상황은 이달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원유 53톤은 200ml 우유 26만500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국내 최대 유가공조합인 서울우유 역시 상황은 이와 비슷해 지난달 일일 집유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정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 유가공업체와 유가공조합들의 내년 사업계획도 수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하소연까지 들리고 있다. 사업은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하지만 내년에도 원유생산 감소가 예견되는 상황이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원유부족사태는 이상기후에도 원인이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으로 진단된다. 낙농가와 젖소사육마리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9월 현재 국내 낙농가수는 6400호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근 3년 사이에 1300호나 줄어들었다. 젖소사육마릿수 역시 42만9000마리로 3년 전보다 2만1000마리나 감소했다. 이 같은 낙농산업의 위축이 원유생산 감소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낙농은 젖소개량과 사양관리 등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착유시스템이 어우러진 산업으로 축산업의 꽃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가 오히려 낙농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낙농가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착유를 해야 하는 힘든 직업군인데다, 낙농목장을 경영하려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 참여도 어려운 실정으로 후계인력이 없는 낙농목장은 경영주가 고령화되면 폐업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국내 낙농목장은 애당초 도시근교에서 뿌리를 내리다 보니 도시화에 밀려 터전을 내주는 상황까지 겹치고 있다.

국내 낙농산업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한·미 FTA, 한·EU FTA로 인해 국내 낙농산업은 흰우유를 제외한 가공제품시장은 모두 낙농선진국들에게 내주게 됐지만 작금의 상황을 방치하면 국내 낙농산업은 내부적인 문제로 흰우유시장마저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을 자초할 가능성이 높다. 낙농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하루빨리 낙농산업 활성화대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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