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한·EU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라 피해가 예상되는 축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춘 ''한·EU FTA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축산업 생산성향상, 축산물 품질·위생수준 제고, 축산물 가공산업 활성화, 축산물 유통구조개선, 축산관련 제도개선 등을 통해 축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FTA시대에 대응해나가자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그동안 추진해온 대책과 별도로 내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2조원을 추가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EU FTA보완대책''에 대한 축산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축산단체협의회는 논평을 통해 ''한·EU FTA보완대책''을 전면 부정을 하고 나섰다. 축산업계가 정부의 ''한·EU FTA보완대책''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한·EU FTA로 피해를 입게 되는 분야가 바로 축산업이기 때문이다. 한·EU FTA로 국내 농축수산업계가 입게 될 피해액은 매년 증가해 15년차에 3172억원에 달할 것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10개 국책연구기관은 분석하고 있다. 15년간 연평균 1870억원의 생산액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가운데 축산업의 연평균 생산감소액이 1649억원으로 92.8%나 차지한다. 한·EU FTA가 발효되면 앞으로 15년간 축산분야가 입게 될 피해액이 2조4735억원이나 된다는 분석이다. ''한·EU FTA보완대책''으로는 축산업의 앞날이 보장받기 어렵다는 게 축산단체장들의 판단인 것이다.

실제로 낙농업은 한·EU FTA가 발효되면 사실상 치즈 등 낙농가공품시장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곧바로 빠져든다. 그동안 수입된 물량이 저율관세로 수입되기 때문에 흰우유시장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한·EU FTA보완대책''은 흰우유시장 확대방안으로 학교우유급식 지원 대상을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차상위 계층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낙농가에게 낙농선진국인 한·EU FTA 발효 후 비전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미, 한·호주, 한·뉴질랜드 FTA가 발효되면 국내 낙농산업은 완전히 발가벗겨지는 상황으로 전락하고 만다.

''한·EU FTA보완대책''의 성패는 수요자인 축산농가의 신뢰여부에 달렸다. 축산농가가 ''한·EU FTA보완대책''을 신뢰한다면 국내 축산업은 FTA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축산농가들이 ''한·EU FTA보완대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축산업의 앞날 또한 보장받기 어렵다.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면 누가 축산업에 새로운 투자를 하고, 미래 축산업을 이끌어갈 후계인력이 유입될 수 있겠는가?

농림수산식품부는 ''한·EU FTA보완대책''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미흡한 점에 대해서는 FTA 대책 T/F 논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연하다. 아울러 이 시점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한·EU FTA보완대책''의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한·EU FTA보완대책'' 시행에 앞서 축산업계를 대상으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문제점이나 미비점은 보완하고, 축산단체나 축산농가가 잘못 이해하는 점이 있다면 이를 제대로 이해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축산농가가 확신을 갖고 생업에 매진할 수 있는 ''한·EU FTA보완대책''이 마련되고 시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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