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에 논쟁을 거듭해온 유단백질 중심의 원유가격산정체계 개선이 결국 중단되고 말았다. 낙농진흥회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원유가격산정체계 개선과 관련한 이사회가 무기한 연기됐다”고 밝힌 것이다. 사실상 무산이다. 원유 공급자인 낙농가 측과 수요자인 유가공업체 측이 원유가격산정체계 개선을 놓고 동상이몽을 한 결과다. 양측은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원유가격산정체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유단백질 중심의 원유가격 산정체계 개선은 이미 2008년 낙농유가공업계의 원칙적인 합의사항이었다. 그 합의에 따라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놓고 올 한 해 낙농가와 유가공업체 측이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원유가격산정체계 개선 논의 자체가 중단된 것이다.

원유가격산정체계 개선논의 자체가 중단된 이유는 낙농가와 유가공업체가 서로 서로 다른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원유가격산정체계 개선을 계기로 낙농가 측은 원유가격 인상을 이끌어내려 했고, 반대로 유가공업체 측은 내심 원유가격을 인하하려고 한 결과이다. 양측이 조금씩만 양보하면 얼마든지 합의가 가능한 게 원유가격산정체계 개선이다.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할 이유가 없었는데도 양측의 동상이몽으로 원유가격산정체계 개선 자체가 무기한 연기됐으니 어처구니없다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

사람이 왜 우유를 마셔야하는가? 이 점을 생각하면 원유가격산정체계를 현행 유지방 중심에서 유단백질 중심으로 전환해야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우유를 마셔야하는 이유는 칼슘과 동물성단백질 섭취에 있다. 우유는 200개가 넘는 다양한 영양소를 갖고 있지만 사람이 우유를 마셔야 하는 이유는 바로 칼슘과 동물성단백질에 있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낙농유가공분야와 영양관련 전문가들이 원유가격산정체계를 유지방 중심에서 유단백질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 낙농유가공산업은 2000년대 초반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바로 우유소비 감소현상이다. 우유소비감소로 낙농가에게 원유생산쿼터제가 도입돼 수급을 안정시키는, 종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도래됐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원유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 빠졌다. 국내 낙농업은 우유소비감소, 쿼터제 도입, 낙농가 폐업, 원유생산 감소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한·미, 한·EU, 한·호주, 한·뉴질랜드FTA를 거론하기 이전에 국내 낙농업은 내부적인 문제로 위축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낙농유가공업계는 소비자 지향적으로 사고의 틀을 전환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유단백질이 자리하고 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시장경제체제에서 기본이다. 우유를 마셔야하는 이유로 칼슘과 동물성단백질 섭취를 들면서 유지방 중심의 원유가격산정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낙농유가공업계는 원유가격산정체계 개선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