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축종별 자조금 사업계획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양돈자조금관리위원회와 낙농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 24일 각각 대의원대회를 열어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도 지난 29일 대의원회를 개최해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양돈자조금사업계획은 소비홍보 강화, 낙농자조금사업계획은 조사연구 강화, 한우자조금사업계획은 수급안정자금 확보가 관심을 집중시킨다. 자조금사업이 축종별 산업 특성에 맞게 독창성을 확보하면서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축산분야 자조금사업은 한우, 낙농, 양돈자조금 어느 하나 예외 없이 해당 산업 안정과 발전에 한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양돈자조금대의원회에서 내년 양돈자조금 거출액이 마리당 현행 600원에서 800원으로 대폭 인상된 게 그 증거이다. 양돈자조금사업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더라면 양돈농가들이 이를 수용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양돈농가, 나아가 축산농가들의 자조금사업에 대한 전폭적 지지는 다양하고도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자조금사업을 통해 축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터전을 굳건하게 마련해달라는 요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우·낙농·양돈자조금사업은 짧은 기간 안에 기반을 튼튼하게 다져가고 있다. 하지만 뿌리를 굳건하게 내렸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축산자조금은 초창기 소비홍보, 특히 TV광고 위주로 사업을 시작해 조사연구와 수급안정분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변화과정에는 농림수산식품부의 방향제시도 한몫을 했다. 스스로가 아니라 농식품부의 지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축산분야 자조금사업이 아직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홍보사업 역시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공통적으로 받고 있다. 연도별로 변화에 치중하다보니 기존에 펼친 사업과 새로 펼치는 홍보사업간 연관성이 떨어져 시너지효과가 적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축산분야 각 자조금단체는 축산농가의 높은 기대치에 어긋나지 않도록 시의적절한 사업아이템을 발굴해 자조금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21세기는 개방과 협력의 시대이다. 전문가협력이나 자조금사업 아이템 공모 등을 통해 다양한 자조금사업을 발굴해 실행에 옮기는 지혜도 필요하다.

동시에 자조금사업의 개념과 범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축산분야 축종별 자조금은 많게는 200억 원에 육박할 만큼 엄청난 규모이다. 하지만 연간 사업금액이 많다고 해서 백화점식으로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자조금사업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은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 축산분야 자조금단체들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자조금사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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