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연합사업단의 연합마케팅사업 실적이 지난달 17일 기준으로 7000억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올 목표 6800억원을 훌쩍 넘은 실적이다. 농협은 연말까지 8000억원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엄청난 성장세다. 구제역, 쌀값폭락, 농산물 수급불안정 등 농축산업이 어느 곳 할 것 없이 심한 내홍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전해진 반가운 소식이다.

이 같은 연합마케팅사업의 급성장은 먼저,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연합마케팅사업은 공선출하회를 핵심으로 하는 산지 조직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공동선별과 공동출하를 핵심으로 하는 산지조직화가 그만큼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농협이 지난 2년간 1조합 1품목 공선출하회를 육성해 기초 생산조직의 역량 강화를 꾀하고, 1시군 1연합사업단 육성으로 규모화·브랜드화와 생산자의 시장교섭력 제고를 위해 추진해온 ‘산지유통혁신 112운동’이 무르익은 결과이다.

둘째로 농협 경제사업의 가능성 확인이다. 농협은 그동안 농산물 판매 등 경제사업보다 신용사업에 치중한다는 비난을 농업계 안팎으로부터 받아왔고, 지금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라는 극약처방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한다고 해서 농협이 경제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협 연합마케팅사업의 급격한 성장세는 농협 경제사업에 대한 발전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연합마케팅사업은 그동안 추진해온 ‘산지유통혁신 112운동’의 정착과 확산에 따라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가파른 신장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농협은 ‘산지유통혁신 112운동’을 확산하는 한편 내실화하고 나아가서는 제2 도약을 위한 방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

‘산지유통혁신 112운동’은 그동안 농협중앙회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추진돼온 면이 강하다. 산지조직화가 미흡하고 빈약한 상황에서는 농협중앙회 주도의 강력한 ‘산지유통혁신 112운동’이 당연하다. 그 당위성은 연합마케팅사업의 급성장세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주야장창 농협중앙회가 ‘산지유통혁신 112운동’을 주도해갈 수는 없다. 농협중앙회가 주도하는 ‘산지유통혁신 112운동’은 당분간은 성장할 수 있겠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는 데는 한계를 노출할 수 있다. 앞으로 ‘산지유통혁신 112운동’은 산지 농협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산지를 위해서도 ‘산지유통혁신 112운동’은 산지 농협들이 자생적으로 연합하면서 주도해 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농협중앙회는 이 과정에서 산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조언자, 조력자, 후원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물론 아직 공선출하회가 없거나 미흡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산지유통혁신 112운동’은 당연히 농협중앙회가 주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농협중앙회와 산지 농협들은 유기적으로 협조하고 협력하면서 연합마케팅사업의 내실화를 다지면서 제2도약에 나서야 한다. ‘산지유통혁신 112운동’은 산지가 자발적으로 추진해 내실화를 기하고, 농협중앙회는 마케팅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때 농협은 진정한 판매조직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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