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태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하순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경북 북부지역으로 확산되더니 경기 양주, 연천, 파주에서도 발생됐다.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전국에 구제역 방역 비상사태가 내려졌다. 이런 가운데 경기 양주와 연천, 파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핵폭탄 급 충격이다. 지금은 발등에 떨어진 구제역 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키는 게 시급한 상황이지만 왜 이 지경까지 왔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는 구제역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 양주, 연천, 파주 구제역이 안동 구제역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경기 구제역과 안동 구제역 간에 연관성이 있건 없건 구제역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구제역 방역은 왕도가 없다. 축사 안팎을 최소한 1주일에 2회씩 철저하게 소독을 하고, 외부 사람과 차량의 농장출입을 철저하게 막는 길 밖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이 발생한 축산농장 가운데 많은 수가 소독과 차단방역에 허점을 노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설마 내 농장에서야 구제역이 발생하겠는가?’ 하면서 요행수(僥倖數)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지난 17일 현재 36곳의 축산농장에서 구제역 발생이 확인됐지만 이들 농장의 농장주 역시 자신의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것이라고 믿거나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구제역은 이들 축산농가의 농장에서 발생했고, 17만5000마리가 넘는 한우·젖소·돼지·염소·사슴을 살처분·매몰하는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이번 구제역 사태가 더 이상 확산돼서는 안 된다. 구제역의 확산은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이미 구제역이 발생한 인근지역에서의 추가적인 발생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모든 축산농가가 철저한 구제역 방역에 나서야 한다. 구제역 발생지역과 거리가 멀다고 해서 발생위험성이 낮다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다. 구제역 발생국과의 인적·물적 교류확대에 따라 언제 어디서 발생할 줄 모르는 게 구제역이다. 시간이 지나면 구제역 사태도 가라앉지 않겠느냐는 안일 한 생각은 구제역 방역의 가장 큰 적이다. 구제역이 얼마나 무서운 악성 가축전염병인줄 모르는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이 없는 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사실은 방역당국 마저도 시간에 기댄 측면이 없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던 부지불식간에 2주 정도인 구제역 바이러스 잠복기를 들먹이며 이번 주만 무사하게 넘기면 된다는 반응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언론은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해 구제역 방역의식을 느슨하게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방역당국, 축산농가 모두 구제역 방역체계와 의지를 다시 조이고 더 이상은 구제역이 확산되지 않도록 철저한 방역에 나서야 한다. 더불어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은 구제역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방안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