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이 저물고 있다. 올 한해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하지만 다사다난만으로 올 한해를 표현하기는 역부족이다. 재앙과 악몽의 연속이라는 표현이 옳을듯하다. 그래서 새해가 더욱 기다려지고, 내년에는 좋은 일만 이어지길 간절하게 바란다.

올해 연초 벽두 포천에서 터진 구제역은 4월에 인천 강화에서 다시 발생해 경기와 충남·북으로 확산됐고, 11월에는 안동에서 발생해 경북 북부지역 축산업을 초토화시키더니 경기, 강원, 인천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정부가 극약처방인 백신접종을 결정했지만 이번 구제역은 올해 종식되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쌀값 하락은 농업인들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정부가 지난해 수확기부터 수차례에 걸쳐 수급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백약이 무효인 듯 쌀값은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이상기후에 따른 흉작으로 올해 쌀 생산량이 1980년 냉해이후 가장 적은 429만 톤에 그치면서 쌀값이 상승세로 반전되기는 했지만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 기상상황에 따라 쌀값 하락 사태는 내년 수확기에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쌀 수급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지난 9월 추석 직전부터 시작된 배추값 폭등사태는 나라 전체를 시끄럽게 했다. 배추값 폭등은 여름철 기상악화에 따른 고랭지 배추작황 부진으로 나타난 일시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사태였다. 하지만 배추값 폭등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조작 사태로 비화되면서 문제를 더 키우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중국산 배추 수입이라든가, 서울시의 저가공급, 정치권의 인기영합적인 공방 등은 배추값을 안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폭등을 부채질하는 정반대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농림수산식품부가 채소류 수급안정대책 마련에 나선 게 성과라면 성과지만 정부나 정치권 모두 사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17일 국내 14개 우유업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담합 과징금 188억원 부과는 낙농가들에게 설상가상의 충격을 줬다. 과징금 부과대상은 유업체지만 이는 결국 낙농가의 피해로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유업체에 대한 가격담합 과징금 부과는 석연치 않은 점이 없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제역 사태와 여름철 이상기후에 따른 젖소 사육마리수 감소와 산유량 감소로 어려움에 빠진 낙농유가공업계로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가 날벼락일 수밖에 없다.

FTA(자유무역협정)의 방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한·미 FTA 재협상과 한·EU FTA 정식서명은 국내 농축산업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에서 우리나라는 쇠고기 추가개방을 막아내고, 돼지고기 관세감축기간을 연장하는 성과를 얻기는 했다. 하지만 재협상 결과가 미국 의회에 한·미 FTA비준 명분을 심어주게 됐다. 한·EU FTA가 예정대로 내년 7월에 발효되고, 한·미 FTA까지 내년 발효가 확실시되는 상황은 국내 농축산업에 거대한 지진해일과 다를 바 없다.

연초 2010년을 맞는 기대는 컸다. 하지만 그 기대는 완전히 어긋나고 말았다. 올 한해를 점철시킨 구제역, 이상기후, 태풍 곤파스, FTA,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따른 어업인의 조업중단 등은 농어업인들로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어려웠다. 토끼해인 2011년은 농어업인과 농축수산업이 토끼처럼 재기발랄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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