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하순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이번 구제역 사태가 축산업의 존립 자체를 뒤흔드는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4일 현재 7개 시·도 38개, 시·군 89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 정도면 몇 개 시·도, 몇 개 시·군에서 몇 건의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수치는 무의미한 상황이 됐다. 그야말로 종착점이 어딘지도 모르는 구제역 창궐이다. 구제역 창궐로 해당지역 축산업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초동방역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요구된다.

이번 구제역 사태로 4일 오전 현재 소, 돼지, 염소, 사슴 등 매몰대상 우제류 가축 77만8850마리 가운데 69만5872마리가 매몰됐다. 매몰대상 가축은 소 8만1641마리, 돼지 61만1550마리, 염소 2139마리, 사슴 542마리다. 이 같은 매몰대상 가축마릿수는 국내 사육되는 전체 소 337만9000마리의 2.4%, 돼지사육마릿수 990만1000마리의 6.2%에 해당한다. 이번 구제역 사태로 국내 축산업이 도륙되고 있는 것이다.

구제역 발생지역 가축의 매몰은 침출수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문제가 풀리기보다는 자꾸 꼬이는 양상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구제역 백신접종이 시작됐지만 구제역 확산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구제역 백신접종 지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번 구제역 사태의 종착점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구제역 사태로 해당 축산농가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축산물 소비가 위축되고, 관련 산업까지 철퇴를 맞고 있다.
먼저, 구제역은 발굽이 두 개인 소와 돼지 등 우제류 가축에만 발생하는 질병으로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사태가 장기화되고, 날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축산물 소비가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명품 브랜드 한우고기를 생산해 판매하는 지역의 경제가 급랭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관련 산업분야는 유가공산업과 배합사료산업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가공산업은 원유부족 사태에 허덕이고 있다. 구제역 이전에도 원유부족 사태로 어려움을 겪은 유가공산업은 젖소 도태와 원유 이동제한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위기상황에 빠졌다. 배합사료산업은 매몰 가축 비율만큼 배합사료 판매량이 줄었다고 보면 맞다. 축우용 배합사료 2.4%, 양돈사료용 배합사료 6.2%가 줄었다고 보면 된다. 동물약품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소독제분야의 매출증가가 기대되지만 가축 사육마릿수 감소는 동물약품산업에도 악재일 수밖에 없다. 이번 구제역 사태가 축산업과 관련산업을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태가 계속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지금도 늦었지만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구제역 초동방역 방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백신접종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강력한 차단방역과 소독을 전제로 구제역 발생농장 반경 500m내 가축에 대한 살처분 방식을 발생농장 가축으로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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