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업 CEO들이 보는 올해 농축산업과 연관산업 전망은 어둡다. 본지가 지난달 13일부터 24일까지 농축산 CEO 1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농축산분야 CEO 설문조사’ 결과다. 국내외 경기는 지난해보다 호조되거나 비슷하겠지만 농축산업과 연관산업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특히 구제역과 고병원성AI로 산업의 존립기반 자체까지 걱정해야 하는 축산업에 대해 CEO들은 79%가 ‘어둡다’와 ‘매우 어둡다’고 예상했다.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전망이다. 농기계자재 분야 역시 49%가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축산업과 연관산업이 전체적으로 어둡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위기돌파를 위해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시설투자와 R&D(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감지된 것이다. 양돈, 사료, 동약산업 CEO들은 공격적 경영과 함께 시설투자나 R&D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농기계자재와 비료산업 CEO들도 R&D투자를 확대해 위기상황을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위기는 기회다. 전망이 어둡다고 도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면 미래가 있을 수 없다. 도전하는 자만이 미래를 꿈꾸고 보장받을 수 있다.

사실 국내 농축산업과 연관산업은 농축산물 시장이 개방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위기의 연속이었다. 설상가상으로 1998년에는 IMF관리체제에 따른 혹독한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 위기를 돌파해왔다. 농림업 생산액이 1991년 20조원에서 2009년 약 43조원으로 증가한 것이다. 2009년 기준 농림업 생산액 점유비 38.1%인 축산업이 구제역 사태로 최대의 위기를 맞았기 때문에 올해 국내 농축산업과 연관산업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상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다면 국내 농축산업과 연관산업은 지금보다 더욱 더 강해질 수도 있다.

지금은 새해를 설계하고, 계획의 첫 단추를 끼우는 시기이다. 위기국면을 맞아 새해 설계는 좀 더 구체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올해 계획만이 아니라 중장기계획도 재점검하고, 없다면 새로 고민하고 설정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인 목적이 없으면 밝은 미래 역시 보장받기 어렵다. 농축산업과 관련산업 CEO만이 아니라 모든 종사자들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는 목표와 앞으로의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

위기국면을 돌파해 나가기 위해서는 임기응변도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기초를 충실히 다지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해 농축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끊임없는 R&D와 경영시스템의 혁신을 통해 농축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위기는 천재일우의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농축산업 CEO들이 R&D나 시설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것 자체가 이를 반증해준다. 현재의 위기를 농축산업과 연관산업의 도전과 도약의 기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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