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고병원성AI(조류인플루엔자)가 축산업 기반 자체를 뒤흔드는 지경으로 확산되고 있다. 구제역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면서 백신접종이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날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난 11일 오전 현재 인천, 경기, 강원, 충북, 충남, 경북 6개 시·도 50개 시·군에서 112건의 구제역이 발생해 매몰됐거나 매몰될 가축이 140만4426마리에 달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 가운데 소가 11만934마리, 돼지가 128만9547마리나 된다. 지난해 12월 현재 소 사육마릿수 335만2000마리의 3.3%, 돼지 988만1000마리의 13.1%가 이번 구제역으로 매몰된다. 이것도 추가발생이 없다는 전제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가축이 매몰될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구제역 재앙이다.

구제역만이 아니다. 고병원성AI는 닭과 오리 사육농가를 초비상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고병원성AI는 지난 11일 오전 현재 충남 천안과 아산, 전북 익산, 전남 영암과 나주, 경기 안성에서 모두 10건이 발생했다. 여기다 구례, 함평, 영암, 나주, 화순에서 의심 신고된 13건에 대해서는 검사가 진행 중이다. 고병원성AI 확산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구제역 피해가 워낙 크다보니 세간의 눈길이 구제역에 쏠리고 있지만 고병원성AI 역시 구제역 방역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뤄야할 긴급한 사안이다.

특히 고병원성AI가 발생해 확산되고 있는 전남 영암과 나주지역은 오리와 닭 밀집사육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오리산업의 근거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들 지역에서 고병원성AI를 조기에 종식시키지 못하면 닭과 오리 등 가금류산업 피해 역시 우제류 가축이 구제역으로 입는 피해 수준에 못지않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사태를 하루빨리 진정시킬 수 있도록 구제역 방역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고병원성AI에 대한 방역 역시 지금보다 훨씬 더 고삐를 조여야 한다. 전남과 전북지역의 경우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병원성AI 방역을 강화할 수 있는 여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고병원성AI 확산을 막는 첩경은 방역의 기본을 철저하게 지키는 방법 이외에 뾰족한 대안이 있을 수 없다. 방역당국은 발생지역에 대한 신속한 초동방역으로 추가적인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예찰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닭과 오리 사육농가는 삶의 터전을 지킨다는 각오로 축사안팎을 최소한 1주일에 2회 이상 철저하게 소독하면서 외부 사람이나 차량의 농장출입을 막아야 한다. 특히 가금류 사육농가들은 닭과 오리를 철저하게 관찰해 이상증상이 나타날 경우 스스로 이동제한에 나서면서 방역당국에 신속하게 신고해야 한다.

이번 구제역 사태에서 보듯 최선을 다 했는데도 구제역이 발병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하지만 방역에 소홀할 경우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축산농가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구제역과 고병원성AI사태를 조기에 종식시키는 일 이외에 더 급한 사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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