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축산물 소비가 위축되는 양상이다. 소비자들은 구제역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경기 포천, 4월 인천 강화, 경기 김포, 충북 충주에서 구제역dl 발생했지만 소비위축현상은 나타나지 않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소비자들은 이번 구제역 발생 초기 한우고기나 돼지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신뢰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우고기 소비위축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구제역 예방접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유통업체 구매바이어들의 진단이다. 지난 12일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주최, 전국한우협회 주관, 더 바이어 후원으로 열린 ‘유통업체 바이어 간담회 축산유통시장 긴급 상황 대책 논의’ 결과다.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구제역 사태에도 불구하고 축산물 소비는 평상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구제역 사태가 확산되고 장기화되면서 예방접종이 시작되자 시장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는 게 유통업체 구매바이어와 외식업체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이들은 구제역 예방접종을 한 가축에서 생산된 축산물이 안전하겠느냐는 소비자의 막연한 불안감이 작용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구제역 예방약을 항생제로 오인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축산물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구제역이 인체에 무해하듯이 구제역 예방약 역시 인체에 무해하다. 특히 구제역 예방약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살아있는 게 아니라 죽은 상태이다. 구제역 예방약은 발굽이 두 개인 우제류 가축에 구제역 항체를 형성해 구제역에 대한 면역력을 심어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정부와 생산자단체, 유통업계는 구제역 예방약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려 축산물 소비위축을 막아야 한다. 지금은 연중 쇠고기 소비가 가장 많다는 설대목이다. 이 기간 중에 소비자의 막연한 불안감으로 한우고기 소비가 위축된다면 한우농가들은 구제역과 소비위축이라는 이중고에 빠지게 된다. 특히 설 이후 쇠고기 비수기가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현재의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구제역 예방접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고착화되면 한우산업은 엄청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현재 한우고기 시장은 구제역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체적으로는 수급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역적으로는 수급에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구제역 사태로 90만 마리 정도의 한우가 이동제한에 묶이다 보니 어느 지역은 한우출하량이 넘쳐나는 반면 일부지역은 출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노출되고 있다. 이처럼 지역별로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한우출하량 차이는 가격왜곡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 평균으로는 한우가격이 하락했는데도 불구하고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한우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하소연을 하는 게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지역별 수급불균형과 가격왜곡 사태 역시 긴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이다.

정확한 정보제공과 축산물 안전성에 대한 신속한 홍보로 시장왜곡과 축산물 소비위축을 막아야 한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