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이러나. 쌀값이 좀 오르면 정부비축미 풀고, 꽃은 뇌물이니 받지 말라고 하고, 채소 값이 오를라치면 거래가격 조정 명령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니 농민들로선 탄식이 절로 날 법도 하다.

폭리를 취한 것도 아니고, 농산물로 떼돈을 벌어본 적도 없는데 농민들만 쥐어짜도 너무 쥐어짠다는 생각이다. 공산품이라야 만들면 만드는 데로 돈이 된다지만 농산물은 많이 생산되면 가격이 떨어지고, 덜 생산되면 가격이 오르는 게 당연한 것이지 값 오르는 게 농민들 때문이냐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2~3년간 과잉생산으로 농산물 값이 폭락할 때는 아는 체도 하지 않다가 이제야 조금 오르자 농산물 값을 내리지 못해 안달이 났다. 마치 농산물 값이 오르기를 기다린 것 같다. 이쯤 되면 원수(?)도 이런 원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장바구니 물가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그 원성이 정부에 돌아가는 만큼 이 같은 결정을 해야 하는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장바구니에 왜 유독 농산물만 담긴다고 생각하느냐는 농업계의 지적을 뒤집어 보면 농산물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오랫동안 경제발전의 희생양으로 농업을 제물로 삼아왔고, 이 같은 관행이 농산물에 대한 물가당국자의 그릇된 인식을 키워왔다는 농민단체의 지적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쌀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과잉생산으로 쌀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는데 이 가격과 비교해 최근 쌀값이 올랐다고 하는 것은 핑계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은 고사하고 평년작도 안 되는데 쌀값을 떨어뜨리겠다고 하는 것은 대놓고 희생하라는 게 아니고, 무엇이냐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니 말이다.

배추 등 주요 농산물을 중점 물가 관리 품목으로 포함시켜 도매시장 기준가격이 치솟을 경우 강제로 농산물거래를 중지시키겠다고 하는 것이나 화훼를 뇌물로 치부하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공무원의 승진이나 전보 시 3만 원 이상의 축하 꽃 및 화분을 받으면 뇌물로 간주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인데 부패를 막는데도 여지없이 농산물이 끼여 있다. 조금 봐준다는 게 직무 관련성이 없으면 줘도 된다는 것인데 실소를 금치 못할 노릇이다. 꽃 받으려고 직무 관련성을 입증 받고자 하는 공무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꽃 소비촉진을 통한 꽃의 생활화를 유도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손쉬운 공권력을 휘두르는 것이나 농산물 생산 자재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이를 생산원가에 반영하지 말라는 것은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는데 ‘진짜 농사일 못해 먹겠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지 걱정이다.

<길경민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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