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상)중국 동해를 열망한다
(하)중국 시장이 변하고 있다

- 동해 진출 노린 훈춘, 나진 교역로 개발
- 러시아, 일본시장 빼앗길 위기...대응 방안 서둘러 모색해야

‘사흘을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면 상대를 눈을 비비고 대해야 한다’는 뜻의 괄목상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중국을 대해야 하는 우리의 자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세계에서 4번째로 넓은 국토와 13억 명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 시장의 변화가 국내외 수출입물 가격과 직결되고 있으며 나아가 국제 무역동향을 점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수산비중이 커지고 있는 중국 시장의 변화와 예상되는 무역 구조변화를 연변지역과 훈춘개발특수구역을 통해 살펴봤다.

# 중국, 바다를 바란다
지난 3일 중국 엔지 국제공항에 내려 바라본 연길시내에서는 도처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높게 올라가고 있는 건물들과 공사가 진행되며 발생하는 굉음들 속에서 도시는 마치 담금질을 하는 무쇠와 같은 인상을 줬다. 훈춘시를 향해 차를 달리는 동안 차창 밖 거리는 줄이라도 세워놓은 듯 반듯하게 정렬된 건물과 시원하게 뚫린 도로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도심에서 벗어나자마자 풍경은 급격히 변했다. 넓게 펼쳐진 들판과 끝이 보이지 않는 논 사이로 소들이 떼 지어 풀을 뜯고 있는 등 태동하고 있던 도심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그렇게 계속 차를 달려 동쪽으로 동쪽으로 이동했다. 오른편에는 두만강이 보이고 그 너머에는 북한이 보였다. 중국에서 8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최양섭 전(유)다두식품 대표는 “이 지역은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접경지역으로 국경무역이 발달한 곳”이라며 “이 도로가 중국이 북한의 나진항까지 연결하고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서 중국은 북한에 생필품이나 식량을 공급하는 대신에 마른 오징어, 냉동명태, 조개 등을 들여온다. 러시아와도 마찬가지다. 피복과 일용품 등을 러시아산 명태와 교환하는 것이다. 북한과는 물물교환도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으며 러시아의 경우는 개인당 허용된 명태반입량도 정해져있어 이런 형태의 무역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차는 어느 덧 ‘망해각(望海閣)’에 도착했다. 망해각은 이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고자 지어진 ‘바다를 바라는 누각’이다. 아쉽게도 사용하던 건물을 용도전용하고 남쪽으로 100여m 아래에 새롭게 망해각을 건설하고 있는 중이어서 이들이 그렇게 바라는 바다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60m 높이로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인 새로운 망해각만으로도 중국인들이 바다를 원하는 열망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망해각 인근에는 북한으로 통하는 중국세관이 있다. 중국세관은 물론 기회가 허락한다면 북한 가까이까지 가보려고 했던 것이 당초 계획이었지만 불행히도 이날 중국 중앙정부에서 관료가 이곳을 들렀다. 안내를 해주겠다고 했던 현지 관계자는 난색을 표하며 “중국인이라면 들어갈 수 있겠지만 중앙정부에서 사람이 내려와 한국인을 들여보내주기는 어렵게 됐다”며 다음 기회를 기약하자고 했다. 세관을 둘러보며 현지 사정에 대해 보다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훈춘-나진 교역 대응방안 모색해야
중국은 지난해 북한의 나진항을 50년 동안 임차했다. 훈춘에서 나진까지 통하는 길은 도로와 철로도 연결되고 있다. 또 중국 전역에서 훈춘으로 통하는 고속철도가 건설 중이다. 이와 더불어 장춘-연길-도문을 잇는 특구개발도 구상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춘을 공업도시로, 연길을 교육도시로 육성해 도문과 함께 무역을 위한 연변 특수지구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 같이 중국은 연변지역을 새로운 무역 교두보로 육성하려는 계획을 전략적으로 추진 중이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러시아나 일본과 무역을 할 때 부산을 경유해 대련항을 이용한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동해를 통해 보다 손쉬운 무역로를 확보하는 동시에 한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교역을 하는 편이 유리하다. 이 같은 이유로 중국은 동해로 통하는 길을 갈망하고 있으며 그 선봉에 훈춘이 있다.

훈춘은 북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북한의 나진항을 통하면 바로 동해로 진출할 수 있다. 또 훈춘에서는 수출가공공단이 있어 외국 자본의 유입을 장려하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훈춘의 개발과 투자 열기는 뜨겁다. 조만간 훈춘에서 가공된 제품이 나진까지 육로를 통해 이동돼 러시아, 일본은 물론 세계 각국으로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훈춘수출가공공단은 면세혜택이 있는 특수개발지구로 훈춘BBL수산품가공유한공사 등 국내업체를 포함해 조선족 등이 단지 내에 입주해 활발히 사업을 벌이고 있다.

훈춘과 나진을 잇는 교역로의 성공적인 개발은 중국 무역 역량 강화를 의미하겠지만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중국처럼 낙관적이진 못하다. 특히 대중수산물인 명태는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는 바가 크며 이를 가공해 중국이나 미국 등지로 수출한다. 자원감소로 수입 의존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우리는 수출과 가공도 병행하고 있다. 또 중국 교역선이 부산을 경유하게 되면서 얻는 이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 모든 수혜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 중국에서 진행 중인 것이다.

중국에 가공공장을 두고 명태를 수출하고 있는 김창수 남경물산 대표는 “중국이 나진항을 이용, 동해를 통한 무역을 계획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러시아시장과 일본시장 등을 뺏길 위기에 놓였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위) 북한과의 무역이 이뤄지는 중국세관 정문.
- (아래) 훈춘수출가공무역공단은 러시아, 북한과 인접해 있으며 면세혜택도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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