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4월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양국 통상장관 회담 시 정부 간 사전협의를 5월말이나 6월초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한데다 이틀 후인 지난달 13일 열린 양국 총리 면담에서 중국 측이 협상 개시선언을 적극 요구한 것이다. 또 오는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중·일 통상장관회담과 통상장관회담 직후 열리는 정상회담 기간 중 한·중 FTA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조만간 한·미 FTA 비준안도 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농수축산업계는 이들 두 거대 경제권과의 FTA가 발효도 되기 전에 이미 적지 않은 파고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올 1분기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이 한국이라는 미 농무성의 최근 통계가 이를 반증한다. 구제역이라는 악재가 이유로 작용하긴 했지만 2008년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타결 이후 3년 만에 수입물량이 급상승하면서 한국은 미국의 최대 수출국에 ‘랭크’된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 여파도 시간이 지나면서 시나브로 사라져간 것이다. 원산지를 확인하며 미국산 쇠고기 구매를 꺼려하던 소비자들이 ‘싼 가격’앞에서 장바구니를 열어버린 것이다. 결국 ‘막대한 물량’과 ‘가격 경쟁력’이라는 ‘무기’로 한국시장이 공략당하고 있는 셈이다.

한·중 FTA는 EU나 미국과의 FTA와 또 다르다. 국내 농업에 매머드급 태풍을 몰고 올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가 경쟁할 수도 없는 값싼 노동력과 광활한 토지 등 비교 자체가 어려운 경쟁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우리 농업의 ‘차별화 포인트’라 할 수 있는 기술력이나 품질고급화도 자신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중국의 기술력도 우리 못지않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간차원에서 추진한 산·관·학 공동연구에서도 이 같은 사실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연구 과정 중 농업분야 보호 등에 관한 양국 간 이견은 2008년 6월부터 2009년 12월 사이에 연구가 잠정 중단되는 사태도 있었다.

중국과의 FTA는 서둘러 추진해서 될 일이 아니다.
사실 중국과 FTA를 체결하고 싶은 나라가 몇 이나 되겠나. 이미 거대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 FTA를 성사(?)시킨 우리나라는 FTA에서 만큼은 어느 나라보다 앞선 국가다. 우리 농업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한·중 FTA, 경제논리로만 따져서는 안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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