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자원관리 대상은 수산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이 말은 수산자원관리를 100년 이상해 온 유럽이나 미국 수산학자들이나 관련 공무원들이 역설적으로 하는 말로 농업과 수산업의 차이를 잘 대변해준다. 농업과 수산업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1차 산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기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농림수산식품부라는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이 다루고 있다. 그러나 처음에는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농업과 수산업의 큰 차이를 막상 겪으면서 혼란스러워하고 거기에 익숙해지는데 1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농업에서는 2차원 평면에서 농작물의 수확량이나 가축의 수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볼 수 있기 때문에 풍·흉년 여부를 적어도 몇 달 전에는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수산업에서 볼 수 있는 것은 3차원 공간에서 위표면 밖에 없다. 지금 바다 속에 물고기가 얼마나 있는지, 올해는 풍어가 될 것인지 여부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직접 잡아본 뒤에야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다. 따라서 농업에서 말하는 100만 톤이라는 수확량과 수산업에서 말하는 100만 톤이라는 어획량은 숫자는 같을지 모르나 거기에 포함된 불확실성은 커다란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결론적인 숫자만이 중요한 정치인이나 실무 담당 공무원들에게 그 숫자의 불확실성까지 이해시키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농업에서는 각 공간에 대한 소유권이 명확해 여러 사람이 같은 토지를 공유하는 경우는 드물다. 내 땅에서 재배되는 채소는 내 것이며 그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수산업에서 농업과 비슷한 양식분야를 하면 같은 공간에서 정치망, 연승, 자망, 선망, 조망, 저인망 같은 다양한 어법으로 함께 어획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어법에 따른 어업인들을 대표하는 조합들이 따로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지역에 같이 사는 어업인끼리 어업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게 마련이며 농업에 비교해서 어업인들은 단결이 안 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많은 물고기들은 자유롭게 이동하기 때문에 어떤 지역에서 너무 많이 잡으면 다른 지역에서는 잡을 수 있는 양이 줄어든다고 불평을 하게 마련이다. 가령 몇 년 전 동해에서 대구를 너무 많이 잡는다고 남해 어업인들이 정부에 항의하면서 강력한 단속을 요구함은 물론 동해 대구에 대한 소유권까지 주장한 경우도 있었다. 전라남도와 제주도 사이에서 잡히는 멸치를 두고 지역간, 업종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요즘에는 레저로서 낚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어업인과 낚시동호인들 사이에 갈등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런 어업인들 사이 갈등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는 지난 100년 동안 이미 겪었던 것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어업인들 사이의 갈등뿐만 아니라 수산자원을 보존하려는 정부 당국과 어업인들 갈등,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의 하나로서 시도했던 종묘방류와 같은 수산자원회복 방법들은 이미 100년 전에 유럽과 미국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어업 분쟁을 겪었던 유럽과 미국의 실패와 성공 역사를 되돌아본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더욱 효과적으로 어업인들끼리 갈등은 물론 어업인과 과학자, 그리고 정부 관리들과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 본다. 수산자원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사람임을 다시 명심하면서.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의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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