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세계식량농업기구는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곡물생산량은 증가할 것이지만 재고충당과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해서 곡물가격의 강세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미국 농무성은 옥수수와 쌀의 파종면적이 악화된 날씨 탓에 감소했고 올 가을의 수확면적도 작년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곡물시장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전망들이 발표되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국제 곡물가격은 다시 치솟고 있다. 지난 4월 11일 역사상 최고점인 톤당 305.5달러까지 상승했던 옥수수 가격은 6월 10일 309.8달러까지 치솟으며 두 달만에 고점 기록을 경신했다.

이렇게 옥수수를 중심으로 국제 곡물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고 있다. 첫째 주요 곡물의 재고율이 매우 낮은 위험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2개월치 소비량을 재고로 확보하는 것이 적정한 수준인데 전 세계 옥수수 재고량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고, 밀과 대두는 그보다는 양호하긴 하지만 재고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두 번째 요인은 미국의 곡물 파종 속도가 매우 느려서 작년에 비해 곡물 파종 진척도가 상당히 뒤쳐져 있다는 점이다. 파종이 늦어지면 작물의 발육이 부진해져서 금년 가을 수확량이 감소할 우려가 증가한다.

마지막으로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유가가 고점으로부터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이러한 고유가는 비료, 농약, 농기계, 운송비 등 곡물 생산비용의 증가로 연결된다.

이와 같은 배경들로 인해 곡물 가격의 강세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곡물 가격이 하락해서 예전처럼 값싼 식량 시대가 다시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식량 잉여에서 부족으로 변화하는 구조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곡물회사의 설립은 매우 긍정적이며 기대 또한 크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무역, 해운, 물류 등 분야에서 장점이 있는 민간회사들과 함께 미국 시카고에 곡물회사를 설립하고 국제 곡물시장에서 우리의 힘으로 곡물을 조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다. 비록 정부가 민간의 영역인 곡물조달 사업에 관여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국가의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새로 출범하는 국제곡물회사는 금년 옥수수와 콩을 각각 5만톤, 2015년까지는 곡물 400만톤을 조달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제곡물시장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세계 곡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곡물메이저와 기존의 생산자간의 관계는 매우 견고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국제곡물회사의 진입으로 인해 곡물가격과 물류 관련 시설들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를 위해 곡물을 자주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에 찬성하고 국제곡물회사의 출범을 축하하지만, 조달물량에 대한 단기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곡물회사가 우선해야할 일은 전문 인력 양성과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하는 것이다. 국제곡물의 현물과 선물시장을 이해하고 곡물의 생산, 유통, 무역, 판매의 시스템을 창의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인력을 먼저 길러야 한다. 그리고 곡물시장을 구성하는 유형, 무형의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구축해야만 곡물조달사업을 비로소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시점에서 곡물의 조달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더욱 현실성이 있을 것이다.

< 박환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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