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미국으로 ‘부사’ 사과가 수출되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 농업인조차 그동안 왜 그 맛있는 ‘부사’가 이제야 대미수출이 가능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을 것이다.

농산물 수출은 상대국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시켜야 가능하며 특히 수출상대국의 검역기준을 통과하는 것이 관건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농산물 시장이 개방된 이래 미국으로부터 오렌지, 칠레는 포도, 뉴질랜드 골든키위, 그리고 동남아로부터 열대과일 등 많은 종류의 과일이 수입되고 있다.

이들 과일은 수확된 후 상대국가 매장에 진열되기까지 신선도 유지, 상품성 증진 및 검역 통과를 위한 각종 수확후 품질관리 기술이 적용된다. 미국에서 들여오는 수입오렌지는 수확후 산지유통센터(외국에서는 패킹하우스라 칭함)에 반입되면 우선 에틸렌으로 후숙을 시켜 오렌지의 착색을 증진시킨다. 이어서 물로 세척하면서 살균 소독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는데, 이 때 차아염소산과 살균제 이마자릴이 물에 첨가된다. 이마자릴은 미국과 유럽의 밀감산지에서 수십년 동안 사용되고 있는 범용화된 약제이다. 제주도 밀감을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이마자릴을 반드시 사용하도록 요구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농약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미국으로 밀감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농약등록문제가 해결되어야만 수출이 가능하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도 밀감은 에틸렌으로 후숙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수입오렌지는 켈리포니아 산지에서 에틸렌으로 후숙을 실시한 후 우리나라에 배로 수송되어 들어오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부사’ 사과를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과수원이 재배단지로 지정을 받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수확후에도 미국이 요구하는 검역기준을 충족시키는 기술이 적용되어야 한다. 즉 ‘부사’사과를 수확한 후 섭씨 0도에서 40일 이상 저장하고, 더불어 반드시 메틸브로마이드로 훈증한 후 미국으로 수송하도록 작업 계획서에 명시되어 있다.

지난 수십년간 수입되고 있는 바나나의 경우도 국내 항구에 도착하면, 통관 및 검역절차를 거친 후, 가장 먼저 실시되는 과정은 에틸렌에 의한 후숙인 것이다. 바나나 상자를 자세하게 보면, 상자내부에 비닐로 포장되어 있는데, 이는 습도와 공기의 투과를 억제하여 바나나가 산지로부터 출발하여 수송되는 동안 익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국내에서 에틸렌 처리 후 소비지로 배송되고, 매장에서 진열되면서 비닐이 벗겨지면 비로소 송이 전체가 고르게 노랗게 익는 것이다.

농산물은 수확후에도 고품질을 유지하고, 상품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기술이 필요하고 이러한 기술 장벽을 극복해야 내수시장의 안정은 물론 수출이 증대되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농산물 수확후 관리기술의 개발이 매우 뒤떨어져 있다. 산지에는 시설과 장비만 주로 보급돼 왔지 관련 인력 및 품질관리기술은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청과물 산업이 대외경쟁력을 가지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산업 현장에서 수확후 품질관리에 필요한 인력과 기술의 개발이 획기적으로 증강돼야 한다.

김종기 한국수확후관리협회장(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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