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 농업은 자타가 공인할 만큼 커다란 변혁기를 거쳤다. 몇 가지 거시지표를 보면, 1996년부터 농산물 실질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었고, 2000년부터 농업총생산액이 정체되는 ‘박스권’을 형성하였으며, 그 결과 2007년까지 농업부문 성장률은 마이너스나 정체를 면치 못하였다.

농가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농가교역조건(패리티지수)도 1996년 이후 하락세로 반전되어 특히 2003년부터는 급격한 감소를 나타냈고 이에 따라 도농간 소득격차(도시근로자가구 소득 대비 농가소득)는 2009년에 66%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최근에 경기 회복과 수출 증대로 농업부가가치가 성장세를 보이고, 농가판매가격 상승으로 농업경영수지가 개선되는 징후를 보이는 것에서 그나마 희망적인 요소를 찾는 형국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15년 남짓한 기간 동안 정부는 농업·농촌 문제의 해결을 위해 많은 대책을 수립 시행했으며 특히 중점 시책을 통해 그 시대를 함축하는 농정 기조를 형성하였다. 예컨대 문민정부 농정은 우루과이라운드(UR)에 대응하여 농업경쟁력 제고에 중점을 둔 ‘규모화 농정’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국민의정부는 외환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하에서 농가경영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여 ‘가족농 시책’을 강화하였으며, 참여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진전에 따른 소득보상 방식으로 다양한 직접지불제도를 정착시킴으로써 ‘소득 농정’의 시대였다고 특징 지워진다.

농정 기조는 정책 담당자 뿐만 아니라 수혜자인 농어업인들이 함께 현안과 정책에 공감한다는데 의미가 크다. 오늘날 정부 시책은 시혜적인 하향식 시스템으로는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현장에서 적극 호응하고 참여해야만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강소농 육성은 현 정부 농정의 성격을 자리매김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강소농 시책이 농촌진흥기관 중심으로 추진되고 내용도 농업인들의 경영역량 향상 및 비즈니스모델 개발을 지원하는 교육과 컨설팅으로서 행정적 뒷받침이 약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시·군에서는 이를 계기로 장차 지역농업을 이끌어갈 농업경영 발전모형을 구축하고 관련 정책지원과 연계시키면서 ‘강소농 육성’을 농정 추진의 캐치프레이즈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강소농 시책의 성공을 위해 농촌진흥청은 관련기관이나 단체와 협력관계를 돈독히 유지해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의 공조가 긴요하다. 일부 지자체는 농업기술센터와 행정이 통합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강소농 시책이 기술센터만으로 위축될 수 있다. 나아가 정책 대상을 어업과 임업 분야로 확장할 필요가 있으며, 농림수산식품부 및 산림청과의 공조 체제를 갖추면서 정부 정책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구조적으로 경영규모가 영세한 우리 농림수산업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양보다는 질로 승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국내외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여 고부가가치 품목을 개발하고 다양하게 상품화하여 시장에 진출하려는 ‘신수요·신상품·신시장’ 전략이 치밀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결정되면서 세계가 다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이제 “작지만 강한 한국 농업”을 지구촌에 알려야 할 때이다.

김정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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