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심상치 않던 물가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정책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7개월 연속 4%대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며 7월 현재 전년 동월대비 4.7%까지 상승한 것이다.

특히 최근 장마와 집중호우로 채소와 과실류 등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농축산물이 마치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내몰려 이러다 자칫 지난해 ‘배추 파동’이 또다시 재연되지 않을까라는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왠만한 일은 뒷전으로 미룬 채 매일 매일 ‘전쟁’처럼 물가동향을 체크하느라 동분서주한다.
농식품부 한 고위 공직자는 “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는 데 물가 때문에 정작 손도 못대고 있다”고 호소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라간 품목의 당장의 수치를 떨어뜨리는 데 급급한 실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쌀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폭락을 거듭하던 쌀값이 올들어 상승세를 보여 업계가 모처럼 희색을 보였지만 ‘물가안정’ 폭탄을 맞으면서 공공비축미가 저가로 방출된데 이어 팔리 싫다는 대형유통업체들을 ‘협박’해 2009년산 묵은쌀을 파격적인 가격에 시장에 풀었다.
여기에 최근 농식품부는 (사)대한곡물협회, (사)양곡가공협회, 농협중앙회, (사)RPC협의회 등에 ‘물가안정협조 RPC 벼 매입자금 추가지원계획’ 공문을 보내 2010년산 쌀 판매가격을 전년 대비 3%인하한 금액으로 판매하는 RPC에 수확기 대책자금 중 1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며 가격인하율과 정부정책 호응여부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되 호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자금 지원을 제외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같은 노골적인 가격 인하정책으로 7월 가격지수에서 쌀값은 가격 상승폭이 둔화, 일시적으로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는 ‘성공’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들리고 있다.

당장 올 수확기만 하더라도 평년작을 밑도는 수확을 할 경우 적정 재고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밥 한공기 쌀값은 어림잡아 200~230원.
4인 가족이 한끼에 먹는 쌀값은 고작 1000원을 넘지 않는다.
외식비 잡겠다고 애꿋은 쌀값만 잡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농산물은 그 특성상 가격탄력성이 큰 품목이다.
때문에 급등하기도 하지만 급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7월 물가상승률만해도 그렇다. 품목별로 돼지고기(41.2%), 고춧가루(27%), 고등어(36.4%), 수박(31.5%), 달걀(25.8%) 등의 값은 크게 올랐지만 쇠고기(-17.0%), 배추(-29.9%), 파(-37.1%), 무(-34.9%)는 급락한 것이다.
급락한 품목도 적지 않은데 급등한 품목만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상기후 시대에 들어선 만큼 단기적인 물가대책에 급급하지 말고 유통구조 개선과 재배여건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을세우는게 물가정책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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