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배의 80% 이상은 신고 품종이다.
다른 품종에 비해 수량성이 좋고 무엇보다 저장성이 우수해 가을에 수확 후 다음 해까지 계속 판매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배의 성출하기 중 하나인 추석이 대부분 9월 즈음이라는 사실이다.
신고가 충분한 숙기를 거쳐 정상적으로 출하가 되려면 최소 10월 상순은 되어야 하며 속까지 제대로 영근 고품질을 얻어내려면 10월 중순에서 말까지는 익히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올해처럼 추석이 유난히 이른 때가 아니더라도 보통 평균적인 추석 시기가 9월 말 경이라는 것을 따져보면 신고의 추석 전 출하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배 재배 농가들은 지베렐린과 같은 생육촉진제를 대량 사용하거나 값비싼 영양제 등을 사용하면서 추석 전 출하가 가능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하지만 지베렐린을 처리한 배는 억지로 몸을 키워놓은 것과 다름없어 당도나 식감, 과즙 등에서 품질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저장이 어려워 추석 기간 중 더운 날씨에 택배로 운반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자주 발생해 구매자들의 불만을 사는 일도 있다.
하우스재배를 할 경우 적기출하가 물론 가능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현재 전국적으로 10여 개 농가만이 이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억지로 신고를 추석에 맞춰 출하하는 악순환을 지속하다보면 소비자들은 늘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허덕여야 하고, 바이어들은 물량확보에 동분서주해야 하는 현상이 해마다 이어질 것이다.

신고 이외에도 다양한 품종들이 적은 양이지만 재배되고 판매되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은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조생종인 원황이나 화산 등도 맛이나 식감은 우수하지만 저장성이 약하다보니 대형마트 바이어들의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결국 신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추석마다 벌어지는 ‘배 전쟁’을 막으려면 조생종이면서 저장성도 좋은 품종의 지속적인 개발은 물론 현재 개발된 다양한 품종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홍보가 필요하다.

또한 현장에서도 신고 이외에 신품종에 대한 기술교육이나 지원 등을 활발히 해 품종에 따른 분산출하가 가능해진다면 더 이상 ‘헛배를 높은 가격에 구입’하는 불만들은 누그러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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