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내리는 비 ''속수무책''
- 바이러스까지 겹쳐 수확포기도…방제체제 점검해야

“어찌나 비가 퍼붓던지 탄저병<사진>과 바이러스가 퍼져 가는데 약 칠 시간조차 주지 안주더라고요. 약을 치면 바로 쓸려나가니 손쓸 겨를이 없네요.”
“탄저병이 언제부터인가 풋고추에서부터 오더군요. 장마 끝나고 오던 병인데 올해는 6월말부터 시작됐습니다.”

추석을 10일 앞둔 지난 2일. 경북 안동에서 영양으로 가는 도로주변에는 사과나무에 분홍빛을 발하는 사과가 출하를 앞두고 착색을 기다리는 모습이 만연했다. 그리고 사과보다 더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초세가 약해져 지주대에 묶여 있는 끈에 의지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조차 없이 나약해진 고추였다. 멀리서 봐도 누런 잎을 드러낸 고추밭은 가까이 접근할수록 푸른빛을 보여야할 줄기는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비쩍 말라 갈색으로 변했고 다 크지도 못한 고추는 겨우 네 다섯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나마 좀 나은 가지의 고추도 탄저병으로 인해 탄환자국처럼 까맣게 타들어가며 시름하고 있었다.

영양지역은 경북농업기술원 영양고추시험장과 영양고추유통공사가 위치할 정도로 전국 단일 품목 중 고추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올해 6월 중순부터 시장된 장마는 8월 하순까지 줄기찬 비를 내리며 고추 생육에 막대한 영향을 줬다.

영양군 청기면 당리에 위치한 삼형제 농장도 이 같은 하늘의 재앙을 피해갈순 없었다.
“해가 난지 3일됐나. 암튼 7~8월 두 달 동안 일주일 빼고는 전부 흐리거나 비온 날입니다. 탄저병과 바이러스로 인해 올해는 일주일에 한번 약을 쳤을 정도니까요.”
맏형인 김영진 씨는 쨍쨍 내리쬐는 태양 볕에 구슬땀을 흘리며 “그나마 우리 농장은 65%정도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다른 곳은 아주 손 땐 데도 많다”고 말했다.
김영진 씨는 이어 “올해는 고추에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는 전부 보였다”며 “잎이 누렇게 뜨고, 뒤틀리고, 시들고, 흰점이 찍히는 등 탄저병은 둘째 치고 바이러스로 인해 고추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한 10여분 지나 영양군 일원면 곡강길 일대 고추밭을 찾았다. 이미 탄저병이 7분지 밑으로 쫙 펴져있었다. 그것도 퍼런빛을 내는 풋고추에 꺼먼 반점이 한 두개가 아닌 서너개 이상 찍혀있었다.

최우석 몬산토코리아 대구지점 부장은 “고추 가지가 6번째로 갈라지는 6분지까지가 초 중기 물량인데 이곳 초중기 물량은 전멸상태라고 봐도 무관하다”며 “평년이면 장마가 끝나는 7월말~8월초에 탄저병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6월말부터 발병되기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의 경우는 차라리 평년보다 늦게 정식한 고추가 작황이 다소 양호한 편”이라며 “5월 초순에 냉해를 입은 고추가 바이러스 감염과 탄저병 발병률이 높았다”고 밝혔다.

인근 청송지역의 고추 작황도 궁금했다. 도로변 고추 밭을 바라보며 청송읍 교리의 백정기씨 고추 밭을 찾았다.
30년 이상 고추농사를 지어온 백 씨는 올해 탄저병의 특징에 대해 “통풍과 투과성이 좋지 않아 주로 하단에 발생하던 탄저병이 올해는 상층부에도 발병했다”며 그만큼 공중습도가 높았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권태영 영양군농업기술센터 고추시험장장은 “이곳 지역은 탄저가 상당히 심하게 발병했지만 그나마 7월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 방제를 철저히 한곳은 다소 양호한 편”이라며 방재체제 정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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