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황호조로 쌀 대란 비껴갔지만 마찰 예상
농업인, 가격 인상 기대 조기 출하 꺼려
산지유통업체, 작황 난관 높은 가격 매입 불가
농식품부, 매입자금 지원 수탁거래 유도

8월 중순 이후 심각했던 기상 여건이 호조를 보이면서 쌀 작황이 평년작 수준으로 회복, 당초 우려됐던 ‘쌀대란’은 비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난해 수확기 가격에 비해 단경기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가격인상을 기대하는 농업인과 산지유통업체간의 마찰은 예년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작황 평년작 수준 회복

8월 상순까지 잦은 강우와 폭우, 태풍 무이파, 일조량 부족 등 기상 여건이 악화되면서 당초 올해 작황이 심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9월 쌀 관측을 통해 올 생산량이 418만톤 내외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었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물가안정을 명목으로 2010년산은 물론 2009년산 재고미를 시중에 대량 방출하면서 재고 쌀도 여의치 않다는 시각이 팽배해진 것이다.

올해 기상 여건이 좋아지지 않았다면 재고미 부족과 작황 부진으로 쌀 값이 가파르게 상승, 지난해 ‘배추’파동 못지 않은 ‘쌀 파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9월 하순 일조시간이 76시간으로 전년 대비 20시간, 평년 대비 15시간이나 증가하는 등 기상이 호조를 보이면서 실 수확량은 평년작인 10a당 499kg의 99% 수준인 495kg으로 회복됐다.

이처럼 올해 쌀 작황은 평년작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올해 예상 쌀 생산량은 422만톤으로 사상 최저의 수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수급 문제 없나

농림수산식품부는 내년도 민간 신곡 쌀 수요를 1인당 쌀 소비량이 최근 추세대로 1.2kg정도 줄어든다고 가정할 경우 404만톤 수준으로 내다봤다.
통계청 발표대로 올 실수확량이 422만톤이 될 경우 18만 톤의 재고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실수확량은 밥쌀용 신곡 수요 351만톤, 가공용 신곡 수요 13만톤, 종자용 4만톤, 감모 36만톤, 공공비축 잔량 14만톤으로 계산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와 관련 현재 쌀 재고수준은 2011년 양곡년도말 정부 이월재고가 84만톤 수준임을 감안할 때 FAO(세계식량농업기구)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72만톤)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통계 수치에 대한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다 2010년산 재고미가 3만톤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밥쌀용 쌀’에 대한 수급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매입가격 놓고 마찰예상

농업인들은 현재 지난해 수확기 가격에 비해 단경기 가격이 크게 상승했던 만큼 가격인상을 기대하며 조기 출하를 꺼리고 있는 상태다.
이에 반해 산지유통업체들은 작황에 대한 낙관으로 높은 가격에 매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올해 벼 매입가격 수준을 둘러싼 농업인과 산지유통업체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농가가 출하하는 벼를 원활히 흡수할 수 있도록 산지유통업체에 올 벼 매입자금으로 지난해보다 800억원 늘어난 1조 2000억원을 융자 지원하는 한편 수탁거래를 적극 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수탁거래는 농업인이 우선 산지가격의 80% 정도를 가지급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판매 후 정산하는 제도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앞으로 최종 실수확량과 쌀값 동향을 봐서 필요시에 시장 안정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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