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하반기에 돈가가 생산비 이하로 폭락해 양돈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리란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농가 스스로 눈에 보이는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육마릿수의 증가 수위를 조절하려는 노력과 동참이 필요합니다. 정부도 이를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올 4/4분기 돈가 폭락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이용규 도드람양돈농협 조합장은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실제 하반기에는 돼지고기 소비부진과 출하마릿수의 증가로 돈가가 생산비 이하로 폭락할 것이란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도 9월이면 돼지 사육마릿수가 구제역 이전인 965만마리에 근접하고 12월이면 987만마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모돈 마릿수는 9월이면 99만1000마리로 2010년 수준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한 가운데 도축마릿수는 지난해보다 24.7%가 증가한 1349만마리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수입 돼지고기 물량까지 합치면 올해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은 평년보다도 3.1%가 증가한 96만8000톤에 달해 9월에는 돼지고기가격이 생산비 수준 이하인 탕박기준 3400~3700원이 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이 조합장은 “생산비가 4400원이라해도 마리당 4만~5만원씩 적자를 보아야 하는데 이는 농가나 조합에게는 공황수준”이라며 “결국 경영이 열악한 농가나 조합은 더 열악해 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고 건전한 농가까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이 조합장을 포함한 전국 양돈농협 조합장들도 지난달 19일 돼지고기 가격안정을 위한 자율적인 생산조절을 결의하고 저능력 모돈 도태와 불량자돈 조기 도태를 적극적으로 계도키로 했다.

특히 이 조합장은 불량자돈 조기 도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조합장은 “현재 불량자돈이 5% 정도 되는데 지금처럼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선 과감히 도태시키는게 농가 실익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협 축산경영부가 자돈 10마리 중 불량자돈 1마리를 도태시 농가 실익을 추정한 결과 농가의 매출이익이 5.7%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모돈마릿수를 기준으로 연간 3700억원의 매출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수치다.

더불어 이 조합장은 “비록 농가 입장에선 F2를 비롯한 저능력 모돈을 도태시키는 결정이 힘들지 몰라도 과밀사육을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미 FTA시대에 외국산 축산물이 물밀 듯 수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가들도 지나친 호황에 대한 기대심리보다는 원가를 따져 장기적인 안목에서 농장을 경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조합장은 정부가 물가안정을 목적으로 가격 상하한선을 정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구제역 이후 양돈산업의 상황변화에 대응해 소비자와 생산자를 고려한 임시방편적인 정책으로 그 자체가 양돈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또한 그는 무관세 돼지고기 수입 방침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소비부진으로 쌓여만 가는 재고물량을 소진시켜야 하는 시기에 정작 정부가 무관세로 돼지고기를 수입하면서 조합과 농가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조합장은 “도드람만해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쌓이기 시작한 재고물량이 예년보다 3배가량 많은 상황”이라며 “보통 6개월 내 소진시켜야 경영에 무리가 없는데 정작 무관세 수입 돼지고기에 시장을 잠식당해 판로 찾기가 힘든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운용자금이 영세한 농가와 조합의 경우 지금 상황에서 저가로 팔 경우 고돈가가 지속됐던 지난해를 고려하면 적자폭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 진퇴양란에 빠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조합장은 우리나라 양돈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생산비 절감과 소비패턴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대책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이 조합장은 “양돈업의 경우 생산비 중 사료비, 인건비, 분뇨처리비, 약품비 등의 비중이 높은데 이를 농가나 조합이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농가와 정부, 축산관련기관의 연계와 지원을 통해 농가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삼겹살 위주의 소비패턴에 대해서 그는 “결국 특수 부위의 대한 소비 집중은 수입산 돼지고기의 국내시장 잠식을 가속화 시킬 수 있는 만큼 다양한 부위의 소비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