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어업협상이 양국간 견해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핵심 의제인 명태쿼터와 대게 수입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끝났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명태 재고량이 평년보다 4만톤이상 많다는 이유로 가격이 평년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지난 21일 밝혔지만 벌써부터 물량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2~2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한·러 어업위원회에서 불법으로 어획된 러시아산 대게의 국내 수입 절차에 대한 양국간 견해차이로 2013년 우리어선이 러시아 EEZ(배타적경제수역)에서 조업할 수 있는 쿼터 합의에 실패했으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후속회의를 개최해 조업 쿼터 논의를 다시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명태 재고량이 평년보다 4만톤이 많은 11만톤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이번 협상결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평년 수준인 마리당 20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농식품부의 발표에 대해서 업계는 안일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러시아에서는 지속적으로 원산지 문제를 제기해왔으나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일본을 거쳐 수입되는 러시아산 수산물이 원산지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제대로 된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내로 반입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돼온 것이다. 특히 러시아 해역에서 불법어획된 수산물이 일본을 거치면서 러시아산으로 수입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협상 불발은 준비와 대처가 가능한, 예견된 문제에 대해서 사전준비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냐는 시각이다.

또한 정부가 밝힌 명태 가격 역시 올해 유난히 낮게 형성돼 평년수준이라 표현하기는 애매하며 이에 따라 올해 손해를 본 선사들이 내년 가격 상승을 기대해 시장에 방출하는 물량을 줄일 것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재고량이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선사들이 최근 2~3년 높게 유지된 가격만 생각하고, 앞 다퉈 합작쿼터를 늘려 가격 하락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해오던 터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시장에 풀리고 있는 명태와 대게 물량이 감소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번 협상으로 내년 명태 물량이 부족해져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 때문에 냉동창고에 보관할 뿐 시장에 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태와 같은 냉동수산물은 창고에 비축해뒀다 가격이 오르면 방출해도 문제없다”며 “올해 가격이 전년에 비해 낮아 손해를 봤던 업자들이 재고량 방출을 줄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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