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단계 축소 ''안전성·합리적 가격'' 제공
-직접배달 원칙 등 소비단계 ''배려'' 구매확장 이어져

생산자와 소비자를 ‘더 가까이’ 이어주는 직거래는 바람직한 유통체계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유통단계가 축소될 수록 생산자에게는 적정한 수익을, 소비자에게는 정당한 가격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단계 축소는 곧 생산자와 소비자의 권리를 드높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소비단계에서의 ‘배려’는 농식품 구매에서의 깐깐함으로 확장되고 있다. 단순히 농식품의 안전성, 합리적 가격 등 가시적인 가치를 넘어 어디서 어떤 단계를 거쳐 온 것인지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 직접 챙기는 문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의 유통단계 또한 상품의 가치를 책정하는 잣대가 됐다. 생산지에서 피어난 착한생산의 가치가 소비자에게 오롯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유통 체계가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착한생산에서부터 유통 그리고 소비까지, 서로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상생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 착한 먹거리 전하는 ‘착한 유통’

딩동~ 한살림입니다.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이하 한살림생협)는 소비자조합원의 주문 상품을 직접 배달한다. 한살림생협의 공급실무자가 각 권역별로 조합원 가정을 직접 방문, 착한 먹거리를 전하는 것이다.

택배회사에 위탁하면 조금 더 저렴함 가격에 품을 덜 수도 있지만 직접 배달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생산자의 정성을 온전히 소비자에게 전하기 위함이다. 또한 공급실무자가 각 가정을 방문해 상품을 전달하는 일은 단순 배달이 아니라 조합원들과의 소통창구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공급실무자들은 조합원들의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들을 청취한다. 직접 발로 뛰면서 소비자조합원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iCOOP소비자활동연합회(이하 아이쿱생협) 또한 전국 각지에 물류망을 갖추면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더 가까이 이어주고 있다. 물류 센터의 수도권 집중을 탈피, 전국 각지에 총 7개소의 물류센터를 갖춰 생산지와의 접근성을 강화했다. 생산지에서의 신선한 농산물을 온전히 소비지까지 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줄이자 물류비용이 준 것은 물론 새나가던 비용 또한 잡을 수 있었다.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매장’으로 직행하는 농산물도 있다. 바로 로컬푸드다. 전국 각지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로컬푸드직매장은 아침에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을 당일 구매할 수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곧 그 지역민들에게 소비, 유통시간·단계의 최소화를 꾀한 것이다.

# 버려지는 가치의 ‘재활용’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물류비용을 최소화해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 시키는 곳이 있다. 먹거리 뿐 아니라 유통단계 또한 ‘순환형’ 물류를 실천하는 한살림생협물류센터이다. 한살림생협은 ‘물류도 친환경으로!’라는 테마의 안성물류센터를 지난 2월 본격 가동했다. 한살림 안성물류센터 지붕에는 태양을 먹고 자라는 ‘햇빛 밭’이 조성돼 있다. 5200㎡의 ‘햇빛 밭’은 태양광 발전으로 소나무 4만 그루를 심는 효과를 내고 있다.

공병도 이곳 한살림물류센터에 가득 들어차 있다. 각 소비자들은 장류, 음료 등을 다 먹고 비워진 병들을 모아 챙겨뒀다가 배달 온 공급실무자에게 전달해 온다. 이는 곧 세척과정을 거쳐 재활용된다. 포장종이박스 또한 평균 10회 재활용 후 물류센터 한 편에 마련된 포장재압축재활용 기기에서 새로운 박스로 재탄생한다.

이처럼 한살림물류센터는 상품이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것들을 주워 담아 새로운 가치로 ‘재활용’,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환원하고 있다.

# 유쾌한 불편, 가치를 높이다

착한소비의 대표 모델인 생협매장, 로컬푸드직매장 등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품목을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지역 생협매장이나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신선농산물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 각 매장에서는 필요한 양 만큼만 소량씩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컬푸드직매장은 농민들이 재고를 채워 넣고, 한살림생협은 ‘3일 전 주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재고가 쌓일수록 농산물의 신선도는 떨어지고 못 쓰게 돼 버려지는 농산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량씩, 주문량에 따른 유통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진 오늘날에는 조금 불편한 일이다. 재고가 없어서 못 사고, 취급하지 않아서 살수 없는 소비의 제한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착한소비를 직접 실천하는 일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이 ‘유쾌한 불편’을 감내함으로써 지구를 살리고, 농업을 살리고, 가족밥상을 지키는 일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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