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한소비의 경제학적 이해
착한소비, 즉 윤리적 소비는 통상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때 환경 및 경제사회의 윤리성을 고려하는 소비’를 말한다. 공정무역,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유기농산물과 동물복지 축산물, 탈분쟁 다이아몬드 등은 윤리적소비의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위기 가운데서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새로운 소비영역이다. 윤리적소비의 대표적인 분야인 공정무역은 125개국에서 팔리고 있으며 생산자 및 종사자는 70개국 130만 명에 이르고 전년대비 성장률은 20%였다(FLO연차보고서 2012~2013년). 일반적으로 윤리적소비에 해당하는 상품은 그렇지 않은 상품에 비해 가격이 높다. 상품 본래적인 기능에 추가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소비자는 왜 윤리적인 상품을 구입할까.
그것은 소비자들의 경제행위 동기에 공감과 관여라는 윤리적 동기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류 경제학에서는 소비자를 예산 제약하에서 자신의 효용을 최대화하는 방향에서 소비행동을 하는 ‘합리적 경제인’으로 상정했다. 이러한 설명은 똑같은 품질이면 값싼 쪽을 선택하는 소비자 행동을 표현하므로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현실 시장에서는 맛은 같을지 모르나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마음이 가는’ 공정무역 커피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윤리적 소비자, 또는 책임적인 소비자, 착한 소비자 등으로 불리는 이들의 구매 동기는 합리적 경제인이라는 전제조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이들의 소비 선택에는 효용이 아닌 다른 동기, 특히 윤리적가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 행동하는 소비자가 실제로 자기 이익의 최대화를 추구해서 행동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재해 발생 시의 매점매석, 저임금 비정규직의 악순환, 환경파괴, 공장식 밀집축산과 살처분...현실 경제에서는 합리적 경제인이라는 전제조건보다도,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윤리적 소비자상이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고 적정 생산으로 낭비를 줄이고 수급조절 기능을 갖추는 등, 인간 사회의 도리에 맞는 구매 행동을 하는 게 아닐까. 실제로 경제학은 바로 이러한 경제제도를 탐구하여 시민의 좋은 삶을 추구하는 학문이었다.
경제학의 기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과 ‘니코마코스 윤리학’, 그리고 크세노폰의 ‘가정론:오이코노미쿠스’에서 찾으며 경제학을 뜻하는 영어 economics도 그리스 어의 ‘가정(oikos)에 관한 관리술(oikonomia)’에서 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제론은 도시공동체에서 생활필수품을 확보하고 분배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처럼 경제학에는 원래부터 경세제민(經世濟民)이라는 윤리적인 사명이 깔려 있었다.
현실 시장을 인간 사회의 도리에 맞게 기능케 하는 소비자행동의 동기에는 윤리적 가치가 있으며 이를 경제학자 아마티야 센은 공감과 관여(commitment)라고 설명했다. 공감은 한마디로 역지사지의 정서이다. 한편 관여는 잘못된 관행이 현재 자신의 효용에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중지하기 위해서 행동할 용의가 있는 심리이다. 센은 관여야말로 경제의 제 영역에서 인간 행동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통찰했다.
윤리적소비는 시민으로서의 관여가 소비행동의 중요한 동기로 작용할 때 일어나는 소비행동이다. 그래서 윤리적소비자는 ‘지갑열기를 투표처럼’ 인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