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食가치 재정립...바른교육 ''''착한 가치'''' 실현
- 가족밥상 부활...건강, 환경 문제 등 위기극복 열쇠
음식이 산업화되면서 우리 사회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먹거리 대량생산을 위한 시스템은 우리 식탁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잦은 외식으로 인한 밥상의 붕괴는 혈연 공동체의 유대를 느슨하게 풀어놓았다. 가족 여럿이 둘러앉아 눈을 맞추고 먹던 가족밥상의 해체는 곧 사회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식(食)의 가치를 바로세우는 일은 국민의 건강증진과 식량주권 확보, 농업·환경 문제를 해결할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가족밥상’의 부활,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 당신, 어떤 음식을 먹는가
어떤 음식을 먹는가는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은 우리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식습관은 유아의 성장발달과 심리·사회정서에 영향을 미치며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의 잦은 섭취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식생활은 정서적인 부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미국 상원으로 제출한 ‘식생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맥버건 보고서)는 잘못된 식생활이 질병 뿐 아니라 청소년의 인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등 비행청소년 문제는 세끼 식사가 불규칙하고 혼자 식사하거나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의 선호와 연관성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음식을 먹는가는 건강과도 직결된 문제다.
지나친 과식, 육식 위주의 식생활, 무분별한 식품 첨가물, 높은 나트륨 함량 등은 비만율을 높였으며 아토피 등의 피부질환을 앓는 어린아이들도 늘고 있다.
과거 성인병으로 명명됐던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 등은 어린아이들에게까지 그 세력을 확장해 더 이상 성인들의 질병이 아닌 생활습관병이 됐다. 채식위주의 전통적인 식습관에서 패스트푸드, 육류·유지류 섭취가 늘면서 영양불균형에서 비롯된 식이요인 질병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균형 잃은 식생활로 20세 이상 성인의 비만비율은 31.7%까지 늘었고 당뇨병 또한 1996년 3.1%에서 2007년 9.5%까지 증가했다.
영화 <슈퍼사이즈 미>는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은 한 달 동안 하루세끼 맥도날드 음식만 먹고 그 변화를 영상 속에 담아냈다.
하루 세끼 맥도날드에서 주문한 음식만 먹은 주인공은 실험을 마친 한 달 후 11kg의 체중이 불어났을 뿐 아니라 체지방 7% 증가,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 심장마비 가능성이 정상인 2배에 달하는 등 한 달 만에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 편의식 증가… 사회 문제로
최근 잦은 외식, 가공식품의 발달로 ‘밥상’을 마주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지 않는 비율이 아침 37.6%, 점심 79.0%, 저녁 24.4%로 나타났으며 이 비율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하는 부모들, 학교에서 학원으로 가는 바쁜 아이들은 홀로 식사를 때우는 것이 일상이 됐다. 과거 밥상머리에서 이뤄지는 가족 간 소소한 일상의 공유, 식사예의범절 교육 등의 기회가 가족밥상의 붕괴와 함께 사라진 것이다.
가족밥상은 단순히 영양학적인 식단 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탁명구(사)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사무총장은 “하버드대 보고서를 보면 밥상에서 가족과 함께 나누는 대화는 책을 읽는 것보다 1000배의 효과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가족밥상은 급격한 사회의 변화,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국민의 건강, 환경문제 등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밥상머리교육’이 중요하다
밥상머리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식생활교육은 각 가정의 책임에서 학교·단체·지역의 책무로 확대되고 있다.
밥상머리교육은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고 감사와 배려, 가족과의 정서적 교류, 어른 공경 등 식사예절 배움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밥상에 오르는 채소를 직접 기르는 현장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아이들이 텃밭에서 직접 체험을 통해 길러낸 농산물은 아이들 편식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단순히 밥상에 올라온 채소가 아니라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고 생명을 기다리는 일은 식재료에 대한 오감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식생활교육의 핵심가치는 ‘환경’ ‘건강’ ‘배려’이다. 밥상에서 이뤄지는 식생활 교육은 곧 삶의 지속가능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건강한 밥상을 먹는 것은 결국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환경을 지키고 이웃을 보듬는 ‘착한 가치’를 실현한다.
친환경 농산물, 로컬푸드로 차린 건강밥상은 환경 친화적인 식생활을 확산시키고 자연과 생산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 배려하는 식생활은 농촌을 살리고 이웃을 보듬는 가치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 한국형 밥상, 그 상차림에 담긴 가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면서 한국형 상차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의 한 끼 밥상은 밥을 주식으로 김치, 된장찌개, 나물 등 다양한 부식으로 차려진다. 곡류, 고기·생선·계란·콩류, 채소류, 과일류, 우유·유제품류, 유지·당류 6개의 식품군에서 얻을 수 있는 영양소를 한 끼 식사를 통해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것이 한국형 식생활의 특징이다.
전문가들도 한국형 식문화는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인정받고 있는 지중해식 밥상에 뒤지지 않는 고룬 영양을 갖춘 밥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황민영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신선한 채소 위주의 한국형 상차림은 영양적인 면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가족밥상을 차림으로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음식에서 벗어나는 효과가 있고 밥상 앞에 둘러앉아서 이뤄지는 가족 간 소통을 통해서 밥상머리 교육이 자연스레 전수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