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위로 부터)
- 돼지 사체를 위생적이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사체처리기 시승 모습
- 담당자가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축분처리 시간을 설정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 자돈이 온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물을 먹음으로써 축사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장치

축산업의 미래상을 엿볼 수 있는 유로티어(Euro-tier) 2014에서는 농장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기술과 더불어 동물복지를 위해 고안된 제품들이 유럽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축산업의 현주소와 지향점을 제시했다.
특히 농장의 자동화와 극대화되고 있는 편이성은 고령화시대를 준비하는 축산업의 대응방안으로 평가됐으며 단순히 가축의 안락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서 동물과의 소통을 꿈꾸는 차원으로 진화하는 동물복지의 방향을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축산환경의 변화를 혁신상 수상 업체들을 통해 살펴봤다.

# 규모화로 편의성·효율성 제고

최근 축산업에서 눈에 띄는 변화 양상 중 하나는 규모화다. 이미 넓은 초지를 바탕으로 일정수준 이상의 규모화를 이룬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전업농 이상의 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축산농가의 사육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효율적인 농장관리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데 이번 유로티어에서는 이를 위해 농장관리의 편의성을 도모한 기술들이 다수 선보였다. 사료섭취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료를 작고, 균일하게 섞일 수 있는 기술이 선보이는가 하면 자동으로 착유가 진행되는 시스템, 버튼 하나로 축사 바닥을 깨끗이 청소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러한 기술들이 기존과 달라진 점은 동물과 농장관리자 모두가 편하게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동으로 바닥에 쌓인 축분을 청소하는 시스템으로 혁신상 은메달을 수상한 펠론 그룹(Pellon Group Oy)의 신제품은 간단한 조작으로 정해진 시간에 바닥에 설치된 끌이틀이 자동으로 축분을 청소한다. 특히 끌이틀에 달린 무게감지 기술은 축분과 가축, 사람을 구분해 가축이나 사람이 닿았을 경우 자동적으로 작동이 일시정지 한다. 스마트폰이나 휴대용기기를 통한 조작은 기본이다.

# 관리 효율성과 동물복지 동시에

이처럼 축산환경을 둘러싼 기술이 효율성을 더해가는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것이 동물에 대한 배려이다.
특히 최대한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변화이다. 이는 질병의 전파나 오염을 예방하는 동시에 동물이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이다.
혁신상 금메달을 수상한 마이어-브라켄베르그(Meier-Brakenberg GmbH&Co.KG)의 돼지 사체처리기는 좁은 축사통로는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크기를 줄였지만 버튼 하나로 돼지 사체를 들어올리고 내리며 이동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사람이 직접 들거나 만지면서 오염되거나 전파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쉬퍼스(Schippers GmbH)의 분만기 역시 혁신상 금메달을 수상했는데, 모돈이 편안한 환경에서 분만을 할 수 있도록 개별적인 독립공간을 제공하고, 출산후 자돈을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또한 별도의 레인을 통해 이동과 세척도 용이하도록 만들어졌다.

# 제도화 통해 동물복지 인식 확대

유럽의 축산기자제의 이러한 변화양상은 유럽의 축산제도와 관련이 깊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가축의 사육과 관련해 사육규모당 사육마릿수, 동물용 영양제 등에 대한 법제화는 물론 위생에 관한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를 통해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은 자연스럽게 축산환경에 스며들고 있으며 관련 기술 역시 이러한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영양제로 혁신상 은메달을 수상한 겔라민(GELAMIN) 관계자는 “독일에서는 가축을 사육함에 있어서 일정수준 이상의 영양 첨가제를 사용하도록 돼 있다”며 “이는 생산을 촉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 얼마나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 동물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복지

다양한 부분에서 접목되고 있는 동물복지의 개념은 동물과의 소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뮐러(Moller GmbH)의 냉난방장치(ARV climate computer)는 온도가 다른 세 개의 급수대를 설치, 자돈이 체감온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온도조절장치와 연계돼 따뜻한 온도의 물을 많이 마시면 자동으로 온도가 올라가고, 차가운 물을 많이 마시면 온도가 내려가도록 고안해 혁신상 은메달을 수상했다. 온도에 민감한 자돈이 스스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노드하인 베스트팔렌 농협(Landwirtschaftskammer Nordrhein-Westfalen)은 소의 기분을 이해하고, 이들이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소가 사료를 섭취한 후 쉬는 자세와 모양 등 구체적이고, 세세한 자료를 분석해 이를 토대로 소가 원하는 바를 알 수 있으며 이를 위한 환경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스템을 고안한 안나-네나 아링(Anna-Lena Ahring) 씨는 “동물이 가장 원하는 환경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농장별로 이를 찾아서 최적화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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