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관리를 하나요?”
“효소제도 쓰기는 하지만 자연과의 밸런스 결과입니다.”
2000년 말 ‘VIV ASIA 저널리스트 프로그램’에 참가해 태국 육계농장과 종돈장 안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첫째 날,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소독약품이 뿜어져 나오는 ‘ㄹ’자 미로를 통과한 후 육계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둘째 날은 우비 비슷한 방역복을 입은 상태로 소독약 세례를 받은 후 종돈과 만날 수 있었다. 종돈장 시설은 허름했지만 방역의 기본을 지키고 있었고, 냄새가 나긴했지만 시큼한 냄새와 상큼한 냄새 중간정도 됐고 역겹지 않았다.
서두의 대화내용은 종돈장을 빠져나와 악취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분뇨를 처리하는 폭기조 옆에서 농장장과 나눈 대화 한토막이다. 나무가 악취를 잡아준다는 얘기다. 종돈장 안에서는 몰랐는데 농장장의 답변을 듣고 농장을 둘러보니 야자수 종류의 나무가 즐비하게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귀국해 폭기조 근처에서 종돈사를 향해 찍은 사진을 인화해보니 종돈사가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요즘 국내 축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구제역과 고병원성AI가 연중행사처럼 발병해 축산농가는 물론 국민들까지 불편하고 불안하게 하고, 축사에서 주변으로 퍼지는 악취는 인근 사람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축산업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상황으로 치달을지도 모른다.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축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가축질병 발병을 막아 불안감을 불식시켜주고, 축산에서 발생하는 악취도 줄여야 한다. 가축질병을 막으면 축산업의 생산성도 높아져 축산농가의 소득도 높아지고, 축산업의 대외경쟁력도 높이는 일거삼득의 효과가 있다. 악취를 줄일 때 농촌은 쾌적해지고, 축산업 종사자 역시 쾌적한 작업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업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을 돌이켜보자는 차원에서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축산포럼을 발족시켜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달 말 열린 이 포럼에서는 축산업의 다원적 기능까지 강조됐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축산업을 놓고 다원적 기능을 강조한들 동의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축산업의 다원적 기능은 저절로 발생하는 게 아니다. 보세가공 성격이 짙은 국내 축산업은 더더욱 그렇다. 경관을 가꾸지 않으면 축산업에서 다원적 기능을 향유하기 어렵다. 지금은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고개를 돌리게 하는 게 국내 축산의 현주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나라로 꼽히는 스위스야말로 축산업의 다원적 기능을 가장 많이 향유하는 곳이다.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설산과 그 아래 펼쳐진 푸른 초지는 감동이고 힐링 그 자체이다. 여기에다 푸른 초지에 화룡점정처럼 자리한 축산농가 주택인 샬레는 꽃으로 치장해 스위스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축산업의 기반인 초지와 샬레는 축산인들이 만든 결과물이다. 이게 바로 축산업의 다원적 기능의 결정판이다.
때마침 나무심기 좋은 계절이다. 축산농장에 안팎에 나무를 촘촘하게 심고, 꽃도 풍성하게 심자. 이왕 나무를 심는 김에 방향수종을 심자. 축사의 경관을 개선할 수 있는 수종도 적격이다. 이를 통해 축사주변을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이 아니라 아름다워 다시 눈을 돌리게 하는 곳으로 변모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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