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거래방법지정, 서울시장 '재량'

- 중도매인, 상장예외품목 늘려 생산자·소비자 보호해야

- 서울건해, 정상적 경재가능…매입 곤란한 상황 아냐

- 서울시 공사, 도매법인 수집기능 강화 '주문'

 

  서울시가 코다리명태를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한 것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 수산물 유통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기존에 수산물 상장예외품목 필요성을 피력해왔던 중도매인들은 이번 법원의 판결로 소비자와 생산자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도매법인인 서울건해산물(주)은 코다리명태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유통이 되고 있어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법원의 판결문을 짚어보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서울건해산물(주), 수산상장예외품목협의회의 얘기를 각각 들어봤다.

  # 상장예외품목 지정, 적법한 재량권 행사
  서울행정법원 제2부는 서울건해가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수산부류 거래방법 지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상장예외품목의 지정과 거래허가는 개설자인 서울특별시장의 재량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농안법 제31조 2항은 중도매인은 도매시장법인이 상장한 농수산물 외의 농수산물을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품목과 기간을 정해 도매시장 개설자의 허가를 받은 품목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농안법 제20조에 따라 도매시장 개설자는 경쟁촉진과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과 환경개선을 이행키위해 거래제도개선방안 등을 포함한 대책을 수립·시행토록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 법원은 상장예외품목 지정과 거래허가는 기본적으로 재량행위이며 지정절차에 있어서도 시장관리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친데다 수산시장개선위원회, 품목별 소위원회 등을 거쳐온 만큼 심의절차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서울시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이달 중 코다리명태를 취급하는 중도매인을 대상으로 상장예외품목 허가 신청을 받아 다음달부터 상장예외품목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 중도매인, ‘상장시 불필요한 비용 발생’
  수산상장예외품목협의회는 기존의 상장거래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 그 비용은 오롯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돼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로 불필요한 비용요인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승국 수산상장예외품목협의회장은 “수산물은 농산물과 달리 산지에서 1차적으로 가격이 결정된 터라 ‘기준가격제시’라는 도매시장의 기능이 필요없다”며 “오히려 산지 가격에서 상장수수료 4%, 상·하차비용 등 추가적인 비용요인만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법인이 수집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과거 도매시장제도가 도입될때와 지금은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꼽으며 상장거래가 의미가 없는 품목을 대상으로 점차 상장예외품목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품목별로 중도매인이 수탁하는 물량을 보면 김이 94.5%, 멸치 79% 등 법인에서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고 수수료만 가져가는 데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 그 누구도 보호하지 못한다”며 “상장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품목은 상장예외품목으로 전환해 경쟁을 촉진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이익에 부합토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 서울건해, ‘정상적인 경매 이뤄지고 있다’
  서울건해는 이번 소송의 제기사유로 코다리명태는 정상적인 경매가 이뤄지는 품목으로 해당 품목 매입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으로 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코다리명태는 중도매인들의 주장처럼 기록상장이 이뤄지는 품목도 아니고 품목을 취급하는 중도매인도 15명 내외로 적은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코다리명태는 농안법 시행규칙 27조에서 정한 ‘연간 반입물량 하위 3% 미만에 해당하는 품목’도 아닌데다 상장예외품목의 지정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도매시장의 기능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건해 관계자는 “중도매인들이 산지에서 물품을 직접 수탁하는 자체가 불법인데 그런 불법행위에 대해 눈을 감고 이제와서 코다리명태를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정상적으로 경매가 이뤄지는 품목은 도매시장을 통해 유통되도록 하는 것이 공정한 유통질서를 확립하는 근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시공사, ‘법인의 경쟁력 제고 기회로 삼을 것’
  서울시공사는 코다리명태를 상장예외품목의 모범사례로 보고 법인과 중도매인이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서로 강화해나가는 방향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상장예외품목 지정이 도매법인으로 하여금 해당품목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아닌만큼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된 품목들은 수집능력이 있는 중도매인과 법인들의 경쟁을 유도, 가락시장 내 거래를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최영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수산팀장은 “과거에 도매시장은 수탁독점권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의 폐해들이 많이 해소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기득권만을 그대로 보장토록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도매법인들이 농안법에 기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상장수수료 수익만 내려고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수집노력을 통해 시장과 도매유통의 발전에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 공사의 입장은 도매법인이 산지에서 보다 많은 물량을 상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 정당한 수익을 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상장예외품목으로 무조건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도매법인과 시장유통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많이 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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