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타협 통한 현실적 대안제시 '최우선'

  전국 수협조합장과 어업인 등 2000여명이 오는 2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노량진수산시장 정상화 촉구 궐기대회’를 개최키로 하며 상인과 수협의 갈등이 상인과 어업인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인들의 이전거부로 발생하는 수협의 손실과 함께 최근 일어난 흉기난동 등 일련의 사고들로 국내 최대 수산물 소비거점 중 하나인 노량진수산시장의 이미지가 실추, 수산물 판로마저 위협받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대화·협상 사라지고 배타성·폭력성만 남았다
  노량진수산시장의 이전문제가 좀처럼 해결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대화와 협상이 사라진 것이 그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새 시장의 준공을 앞둔 지난해 말, 상인들은 임대료와 좁은 면적 등을 이유로 들며 이전을 거부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초기에 상인들은 임대료 인상이 과도하다거나 면적이 좁아서 영업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주로 거론하며 추가면적 확보와 임대료 인하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도매인조합이 비상대책위원회에 합류, 조직을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로 바꾸고 ‘현 시장부지 리모델링’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후부터 수협중앙회나 수협 노량진수산(주)과 이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협상은 사실상 중단됐다.
  또한 전국빈민연합까지 가세하면서 폭력성까지 띠기 시작했고 임대료인하와 영업면적 추가확보라는 당초목적은 오간데 없어졌다.
  수협중앙회와 시장종사자간의 갈등 속에서 수협 노량진수산(주)은 중도매인의 새 시장으로 입주를 유도키 위해 잔품소매장을 달라는 중도매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중도매인들은 자신들의 숙원사항이었던 잔품소매장을 챙기면서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에서 탈퇴했다.
  중도매인조합의 탈퇴 이후 상인들의 폭력성과 배타성이 더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상인들은 이달 수협 노량진수산(주) 임직원에게 상해를 입혀 살인미수로 구속되는가하면 지난 8일 공청회에서는 수협 노량진수산(주) 임직원의 구 시장부지로 출입도 막으려는 등 대화의 창구를 닫고 있다.
  더불어 상인들은 구 시장 리모델링과 새 시장건물의 증축만 가능한 선택지로 꼽고 그 이외에는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 대규모 집회, 강대강 충돌 예고
  노량진수산시장의 이전 문제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어업인들과 수협조합장들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20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집회를 예고, 어업인과 상인간의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어업인들이 노량진수산시장 문제로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시장 이미지 실추로 인한 수산물 판로위축 우려, 어업인의 자산인 수협의 과도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상인들에 대한 항의라는 측면도 있지만 노량진수산시장의 실질적인 주인이 누군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위라는 의미도 짙다.
  그동안 주요 언론보도에서 ‘수협중앙회=대기업’이라는 시각이 강해 자본을 가진 수협을 비판하는 입장이 지속적으로 제시돼 왔을 뿐, 수협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어업인은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노량진수산시장의 상인들은 카드매출만 적게는 연간 수억원에서 많게는 십수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반면 어업인들의 평균소득은 4000만원대에 머무른다.
  비교적 높은 소득을 올리는 상인들이 ‘영세상인’인양 행동하며 사회적 약자인 어업인들에게 심각한 손실을 입히고 있는 것 역시 어업인들에게는 불만이라는 것이 수협측의 설명이다.

  # 수협 VS 상인, 평행선만…대화에 나서야
  어업인들의 대규모 집회 예고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갈등이 폭발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결국 ‘대화’만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라는 것이 시장종사자들의 반응이다.
  국회든 해양수산부든 서울시든 이 문제의 중재에 나설 경우 양측모두 양보와 타협을 통해 결과를 내놓는 방법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상인들이 당초 이전을 거부했던 이유가 임대료 증가와 좁은 면적으로 인한 문제였던 만큼 먼저 수협중앙회에서는 임대료 문제를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하고 좁은 면적으로 인한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상인들 역시 증축이나 구 시장부지의 리모델링처럼 비현실적인 요구를 내세우기 보다는 상인들이 영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야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새 시장으로 이주한 한 상인은 “우리가 길거리 노점상도 아니고 노량진에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을 두고 ‘영세하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생업이 달린 문제인터라 가급적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서로 반목하면서 계속 싸우면 손님이 떨어져나가고 이는 결국 수협과 상인 모두에게 손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상인은 “한두푼도 아니고 수천억원이 들어가서 이미 공사를 끝냈는데 증축을 해 달라, 새로 지어달라, 이런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라고 물으며 “수협에서는 상인들의 불만이 있을시 이를 수렴해서 최대한 빨리 고쳐나가겠다고 약속하고 상인들은 임대료나 면적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제시해야한다”고 말했다.
  수협 노량진수산(주) 관계자는 “흉기상해 사건을 기점으로 그나마 조금씩 요구사항이라도 얘기해오던 것이 완전히 차단돼 우리도 답답한 심정”이라며 “미우나 고우나 한 시장에서 매일 얼굴보고 지내던 사람들이 이제 원수처럼 돼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수협중앙회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임대료든 면적이든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아니다”며 “2층 식당가 앞자리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2층에 추가공간을 마련해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안을 이미 제시한 바 있고 임대료 문제 등에서도 어느 정도 협의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만큼 현실적인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면 우리도 이를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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